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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독일 영화였을 것 같은데, 어느 영화의 시사회에서 아오야마 쿄스케(青山喬介)와 알고 지내게 되고부터 2개월 정도 지났을 때의 일이다.
아침 5시 반, 회사에서 온 전화를 받은 나는 쿄스케와 함께 R백화점으로, 그 날 아침 일찍 발생한 투신자살 뉴스를 취재하기 위해, 풀스피드로 택시를 달리게 했다.
쿄스케는 나보다 3년이나 선배로, 일찍이 모 영화사의 이채로운 감독으로서 특이한 지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일본 팬의 일반적인 취향이나 회사의 영리주의와는 영합하지 못하여 영화계에서 은퇴하고 일개 자유연구가로서 조용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근면하면서도 끈질긴 그는 어떤 면에서는 메스같이 예민한 감수성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자주 나를 놀래켰다. 그렇지만 그는 또한 온갖 과학의 분야에 걸쳐서 주도면밀한 통찰력과 대단히 명석한 분석적 지력을 행사하여 광대하고 가치있는 학식을 품고 있었다.
나는 쿄스케와의 이 교류에서 당초에는 그 놀라운 학식을 나의 직업적 활동을 위해 이용하려고 획책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나의 야심은 한없는 경탄과 경모(敬慕)의 마음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혼고(本郷)에 있는 하숙집을 나와서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 그것도 그의 옆 방으로 이사해버렸다. 그만큼 이 아오야마 쿄스케라는 남자는, 내게 있어서 범하기 어려운 매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6시 10분 전에, 우리는 R백화점에 도착했다. 낙사의 현장은 이 아파트 뒤에 해당하는 동북쪽의 노지(露地)로, 혈흔이 응결된 아스팔트 도로 위에는, 부근의 점원이나 노동자나 이른 아침의 통행인이 건물 옥상을 올려다보거나, 저마다 요란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사체는 매입부(仕入部)의 상품창고에 가수용되어, 당국이 막 검시를 끝낸 참이었다. 우리가 거기에 들어가자, 이번에 OO서(署)의 사법주임으로 승진한 내 사촌이 쾌히 우리를 맞아주면서, 이 사건은 자살이 아니라 교살에 의한 타살사건이며, 피해자는 이 백화점의 귀금속매장의 금전출납계인 노구치 타츠이치(野口達市)라는 28세의 독신점원인 것, 사체의 낙하점 부근에 다이아몬드가 섞인 고가의 진주 목걸이가 몇 개 떨어져 있었으며, 그 목걸이는 그저께 피해자가 근무하는 귀금속매장에서 분실된 두 물건 중 하나라는 것, 거기에다가, 사체와 목걸이는 오늘 아침 네시에 순회중이던 경관이 발견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사건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다는 것 까지, 조금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해 주었다. 설명이 끝나자, 우리는 허락을 얻어 사체에 접근하여, 양귀비 꽃 같은 그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두개골이 분쇄되어 극단적으로 일그러진 얼굴은 응결된 검붉은 혈흔에 의해 심하게 색칠되어 있었다. 목 부분에는 거친 교살의 흉터가 남아서, 흙빛으로 변색된 국부의 피부는 이리저리 찢어져서 소량의 출혈이 타올천 잠옷의 옷깃을 물들이고 있었다. 검시를 위해 노출된 흉부에는 비슷하게 흙빛으로 지렁이처럼 길게 부은 자국이 이상하게도 사선으로 가로질러서, 그 이상한 선을 따라 좌흉부의 늑골 하나가 무참히도 꺾여 있었다. 게다가 시체 곳곳─양 손바닥, 어깨, 아래턱, 팔꿈치 등의 노출된 곳은, 무수한 찰과상이 아플정도로 남아 있고, 타올천 잠옷에도 터진 부분이 두세군데 보였다.
내가 이 비참한 광경을 노트에 적고 있는 사이에, 쿄스케는 대담하게도 직접 사체에 손을 대어 손바닥이나 다른 곳의 찰과상과 경흉부(頸胸部)의 교살흔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었다.
“사후 몇시간 경과했습니까?”
쿄스케는 일어나서는, 별나게도 옆에 있던 검시관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6,7시간 흘렀지요.”
“그럼, 어제 10시부터 11시 사이에 살해당한 것이로군요. 그리고 언제쯤 던져진 것일까요?”
“길 위에 남은 혈흔이나 머리의 혈흔의 응결상태로 봐서 아무래도 오전 3시보다는 전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12시까지는 저 노지에도 통행인이 있었으니까, 결국 시간의 범위는 0시부터 3시쯤까지로 한정되겠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잠옷을 입고 있는 것은 어째서일까요? 피해자는 숙직원은 아니었을까요?”
쿄스케의 이 질문에 검시관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지금까지 사법주임에게 뭔가 질문을 받고 있던 잠옷차림의 점원 6명 중 1명이, 검시관을 대신해서 쿄스케의 질문에 대답했다.
“노구치군은 어젯 밤에 숙직이었습니다. 각각 다른 매장에서 매일 밤 순번을 교대해가면서 숙직을 서는 것이, 이 백화점의 특이한 규칙이랄까 뭐 결정사항이거든요. 어젯 밤의 숙직은, 점원 중에서는 이 노구치군과 저와 저기 서있는 다섯명, 합계 7명 이었습니다. 그리고 허드렛일을 하는 용무원 분들이 저기 있는 셋을 더해서, 전부 10명이 숙직이었습니다. 그런 식이라 같은 숙직실에서 자면서도, 숙직원들 중에서는 서로 잘 모르는 얼굴뿐이게 됩니다. 어젯밤의 상황이요? 알고 계시겠지만 현재는 매일 밤 9시까지 야간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9시에 폐점하고 나서 완전히 조용해질 때까지 40분은 충분히 걸립니다. 어젯밤에 우리가 각각 분담해서 문단속을 확인하고부터 소등하고 잠들었을 때는, 이미 10시에 가까워져 있었을 무렵이었습니다. 노구치군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서 혼자서 나간 것 같습니다만 아마 화장실에라도 가는거라고 생각해서 딱히 마음에 두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오늘 아침 4시에 경찰이 깨우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른 채 푹 잠들어버린 겁니다. ……예, 숙직실은, 용무원 아저씨들이 지하층(地階)이고, 우리는 3층의 뒷편에 있습니다. 6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문 말입니까? 특별히 잠가놓지는 않습니다.”
이 숙직점원의 진술이 끝나자, 쿄스케는 다른 8명의 숙직원들에게, 어젯밤 있었던 일에 관해서 지금의 진술 이외에 아는 것이 있는 사람은 없는가 하고 질문했다. 그러나 딱히 새로운 보고를 한 자는 없었다. 다만, 아동복매장에 속해있다고 말한 한명이, 어젯밤은 치통때문에 1시쯤 까지 잠들지 못했다는 것, 그 사이에 노구치 타츠이치의 침대가 비어있었다는 것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 이상한 소리등은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는 것 등, 약간의 진술을 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다음으로 목걸이게 관한 쿄스케의 질문에 대해서 코 끝의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귀금속매장의 주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막 소식을 듣고 놀라서 출근했습니다. 노구치군은 좋은 사람이었지만 안타까운 일입니다. 결코 남의 원환을 살만한 사람은 아닙니다. 목걸이 도난사건 말입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노구치군과 목걸이랑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목걸이는 그저께 밤 폐점시에 분실한 것입니다. 이거랑 이거 두개입니다. 합쳐서 딱 2만엔이 되는 상품입니다. 그래서 당시의 상황에서 추정해보면 확실히 손님중에 범인이 섞여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귀금속매장의 점원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점원의 신체검사를 하느니 건물의 위에서 아래까지 면밀한 수색을 하느니, 아주 그제 어제는 큰 소동이었습니다. 그것이 이런 결말이 나버렸습니다. 정말 이상하군요.”
막 주임의 진술이 끝났을 때, 시체 운반차가 와서, 세명의 허드렛일 숙직 용무원이 시체를 무거운듯이 들어서, 겁을 먹은 듯 비틀비틀한 발걸음으로 옮겨갔다. 그 모습을 잠시간 아쉬운듯이 보고 있던 쿄스케는, 이윽고 돌아서서 내 어깨를 치면서 기세좋게 외쳤다.
“옥상에 가세”
이미 개점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였다. 어느 매장에서도 어느새 출근한 많은 점원이나 판매원들이 상품 위에 덮인 하얀 사라사 시트를 접거나, 새로운 상품을 옮기는 등 바쁘게 일하고 있는 것을 엘리베이터 안에서 보면서 곧 우린 옥상으로 나왔다. 지금까지의 음산한 기분을 떨쳐내고 맑게 개인 초가을의 하늘 아래로 멀리 펼쳐진 거리의 집들을 내려다보면서, 나는 깊은 호흡을 반복했다.
쿄스케는, 피해자 노구치가 떨어졌다고 생각되는 동북쪽 구석으로 걸어가서, 허리를 굽히고 타일을 발라놓은 바닥을 비추어보거나 외곽을 둘러싼 철책 안쪽을 따라서 있는 1m정도 폭의 화단에 손을 찔러넣어, 낮은 나무의 뿌리쪽 흙을 뒤섞는 듯이 조사해보기도 했지만, 곧 복잡한 기색을 양 눈에 띄우고서는, 서쪽 구석에서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파수꾼의 모습이나, 동쪽의 노대(露臺) 위에서 기구(氣球)담당의 남자가 경기구(輕氣球/벌룬)의 수선을 하고 있는 모습에 홀려있던 나를 향해, 조용히 말을 걸었다.
“자네, 호랑이를 보고 있었나? 우리도 좀 먹이를 얻어야하지 않겠나? ……이건 제법 재미있는 사건이야”
이미 쿄스케는 걸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쿄스케는 이 사건에 나서버렸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깊숙한 호기심적 매력에 이끌린 나는, 쿄스케를 따라 6층으로 내려갔다. 거기에서 나는 전화실에 들어가서, 신문기자로서의 나의 직책을 다하기 위해 회사에 일단 보고를 끝내고, 쿄스케를 따라 식당으로 갔다.
역시 아침에 보니 식당 내부는 매우 조용했다, 다만 구석 창가에 있는 테이블 하나에, 사법주임과 그의 부하 한명이 두꺼운 샌드위치를 깨물고 있었다. 그는 우리를 보더니 일어나서 같은 테이블로 우릴 불러주었다. 우리는 쾌히 그 의자에 앉았다. 급사가 우리의 주문을 받으러 오자, 화사한 철격자가 끼워진 창문을 보고 있던 쿄스케는, 그 소녀를 붙잡고 몇층의 창이든 간에 이렇게 철격자가 끼워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윽고 우리들의 식사가 시작되자, 뜨거운 홍차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사법주임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건은 복잡하지만 해결은 쉽습니다. 나는 실지검증주의(實地檢證主義)니까요. 그래서 말인데─물론, 살인은 어젯 밤 10시부터 11시 사이에 일어나서, 오늘 아침 0시부터 3시쯤까지 사이에 옥상에서 던져진겁니다. 이 시간도 그렇고, 문단속이 엄중해서 외부에서의 침입의 여지가 없는 점도 그렇고, 범인은 명백히 백화점 안에 있던 자입니다. 그렇겠지요? 더욱 확실히 말하면, 어젯 밤 이 백화점 안에 있었던 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여러분께만 하는 이야기지만, 지금부터 어젯 밤의 숙직원들을 전부 철저하게 조사할겁니다. 다만, 여기서 좀 곤란을 느기는 문제는, 목걸이 건입니다. 혹시 목걸이를 훔친 범인이 노구치를 살해했다고 치면, 왜 범인은 목걸이를 포기했는가? 또 혹시 목걸이를 훔친 것이 피해자 자신이라면, 살인의 동기는 어디에 있는가?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는 먼저 목걸이의 지문을 검출해 보겠습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사법주임은, 기세좋게 인사를 남기고 부하 경관을 이끌고 식당을 나갔다.
지금까지 말 없이 식사를 하고 있던 쿄스케는, 그 입가에 가볍게 미소를 띄우고 비로소 입을 열었다.
“저 사람은 자네의 사촌이라고 했지? 뭐 괜찮겠지. 보통 일본 경찰은 범죄의 동기를 가장 먼저 밝혀내려고 하지. 그래서 설령 그것이 피상적인 것이라도 이번 사건처럼 언뜻 보기에 동기를 이해할 수 없는 범죄에 봉착하면 즉시 사건 자체를 복잡화시켜버리지. 물론 동기를 탐구하는 것은 괜찮아. 다만, 동기가 범죄 수사의 유일한 단서라고 생각하는 단순하고 공식적인 두뇌에 대해서 반박하고 싶군. 요컨대, 이 사건에 있어서 우리는 그 진주 목걸이보다도, 사체 그 자체에서 보이는 세개의 특징 쪽이 중요해. 먼저, 경부의 교살치명상 및 흉부의 졸린 흔적(絞痕)─처음에 나는 이 상처를 채찍같은 흉기로 때려서 난 것이라고 착각했는데─으로 가해진 폭력이 대단히 강대한 것이라는 것. 두번째로 양손의 손바닥에 남은 가로선을 그리는 무수한 이상한 찰과상, 그 중에는 몇개인가 굳은살도 포함되지. 세번째로, 어깨, 하악부, 팔꿈치등의 노출부위에 가해진 무수한 가벼운 찰과상. 뭐 이렇게 세가지지.
먼저 주어진 첫번째 단서를 분석검토해 보자고. 그러면 즉시 나는, 범인은 다수 또는 대단히 강력한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추정에 도달하지. 같은 식으로, 제2의 단서인 손바닥의 찰과상은, 피해자가 무언가를 꽉 잡아서 마찰로 생겼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암시하지, 다음으로, 제3의 단서인 곳곳의 가벼운 찰과상을 검토해보지. 가볍긴 하지만 두텁고 거칠게 난 그 흉터는, 명백히 나이프같은 금속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둔중하고 거친 것이며, 또한 손바닥에 찰과상을 입힌 흉기와는 같은 성질의 흉기인 것을 암시하지. 그리고 이 것은, 어던 종류의 찰과상을 가할만한 물체가, 범행 당시 현장에, 더욱 엄격히 말하자면 격투하고 있던 피해자 근처에 있었던가, 혹은 직접 범인이 가지고 있었던가 둘 중 하나야. 하지만 이 경우 나는 후자라고 생각하네. 왜나하면, 가해진 힘의 양적인 차는 있지만, 이 찰과상들은 그 경부, 흉부의 교살흔에 대해서 질적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자네는 그 흙색으로 변색한 피부가 쓸려 찢겨져서, 출혈하고있던 피해자의 경부를 떠올려보게. 그러면 극히 유치한 관찰과 추리에 의해서조차, 경부에 끈고랑(索溝:삭구, 끈의 압박에 의하여 피부가 함몰된 상태를 말함.)이 남아있지 않은 점이든, 그 피부의 쓸려 찢긴 방식이든, 제2제3의 찰과상을 입힌 것과 동일한 두껍고 거친 흉기임을 쉽게 긍정할 수 있을거야.
따라서 나는, 이러한 각각의 사실의 검토에서, 내가 분류한 세가지 흉터를 만든 각각의 흉기가, 범행에 사용된 유일한 흉기일거라고 귀납(歸納)하네. 그러므로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그 몇 군데의 찰과상은 격투할 때 현장에 굴러다니던 기묘한 물체에 의해 외부적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범인의 손에서 집요하게 덮쳐오는 뱀같은 흉기에 의해 가해진 것이지. 하지만, 추리를 이후의 과정으로 진행시키기 위해서 가장 흥미깊은 존재는, 그 손바닥에 남겨진 기괴하기 이를데없는 찰과상이야. 설마 자네는, 범인이 줄다리기를 했다던가 말하진 않겠지.
다음으로 그 무수한 가벼운 찰과상이 명백히 격투에 의해 가해진 경상(輕傷)이라는 것은, 확실히 의심의 여지가 없어. 그렇다면 격투는, 따라서 범행은, 어디서 벌여졌는가? 물론, 건물 밖에서 저정도로 확실한 타살의 흔적을 가하면서 살해한 것을, 일부러 운반해서 옥상에서 던져서 추락사로 보이게 하려고 했다던가 하는 넌센스는 믿을 수 없네. 게다가 이 경우 엄중한 문단속의 문제가 있어. 그렇다면 다음으로 백화점 안에서 범행이 벌어졌다는 해석은 어떨까? 이 해석이 긍정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살해되기까지의 격투에서, 한마디도 구조를 청하지 않았다는 놀라운 사실이 있어야 해. 따라서 범행은 마지막 장소, 즉 옥상에서 벌어진 것이 되지. 이 생각은 확실히 평범해. 경찰도 동감하겠지. 하지만 같은 동감이라도 나는 그 단정을 내리기 위해서 적어도 다른 한두가지 문제를 명백히 부정하고 있어. 예를 들면 아까 나는 피해자의 교살치명상의 특징을 봐서, 범인은 여럿 혹은 대단히 강력한 남자라고 단정했지. 그런데 이 중 ‘여러명의 범인’은 지금까지의 내 검토에 의해서 이미 부정되었어. 그런 조직의 숙직원 중에서는, 일단 공모(共謀)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지. 따라서 범인은 강력한 한 사람의 남자라는 결과에 봉착하지. 그 힘 좋은 사람이란 누구인가.”
“꽤나 복잡하게 되었구만.”
쿄스케의 설명을 멍하니 듣고 있던 나는, 결국 그 흥분을 폭발시켜버렸다. 쿄스케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훅 깊게 한번 들이쉬고는,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복잡해졌다? 아닐세. 간단해진거야. 셜록 홈즈 흉내가 되겠지만, ‘모든 부정을 배제하고 남는 것이 긍정이다’라면 어떻겠나. 그리고 범행은 옥상─이 경우 화단에 발자국이 없어떤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지. ─다음으로, 각각의, 특히 손바닥에 남은 기괴한 찰과상, 강한 힘을 가진 범인, 집요한 흉기. 이러한 단서를 기초로 해서, 마지막 조사를 해 보자고. 자, 확대경이라도 하나 사서 한번 더 옥상에 가자고.”
우린 일어나서 식당을 나왔다. 어느새 입장한 손님을 위해서, 주변은 평상시의 웅성거림으로 되돌아오고, 아랫층의 악기매장에서 명랑한 재즈 소리가 갤러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흐름을 타고 느긋하게 들려왔다.
4층의 안경매장에서 중형 확대경을 손에 넣은 우리는, 사람들의 파도를 헤치고 다시 옥상으로 나왔다.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일반 손님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고, 다만 몇명의 담당자가 우리의 침입에 대해서 호기심어린 눈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쿄스케는 미간에 깊은 주름을 새기며 고개를 기울이며 옥상의 구석구석에 예리한 관찰을 던졌지만, 이윽고 나를 재촉해서 사체의 낙하점으로 여겨지는 동북쪽 구석에 오더니, 확대경을 대고 아까보다도 더욱 면밀하게 철책이나 화단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뭔가 결심한듯이 그곳을 떠나더니 이번에는 뭔가 기억을 떠올리듯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면서 서쪽의 호랑이 우리를 향해 걸어갔다. 거기서 쿄스케는, 큰 아프리카산 암호랑이가 싫증난 듯이 낮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잠시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몸을 돌려서 맑게 개인 하늘의 한 구석에 눈길을 주었다. 그리고, 그는 그 두 눈을 생기있게 빛내면서 동쪽의 노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노대에는 지금 막 커다란 회색 애드벌룬이 그 이상한 자태를 드러내고, 유쾌하게 하늘 속으로, 뭉게뭉게 상승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무심코 숨을 들이삼켰다.
그런데, 거기서 내가 놀라고 있을 때,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던 기구 담당인 남자를 붙잡고 쿄스케는 차갑게 심문을 시작했다.
“자네는 오늘 아침 몇시에 여기에 왔지?”
“예, 실은 어젯 밤 좀 날씨가 나빠서 책임상 걱정이 되어,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좀 빨리 6시 반에 출근했습니다.”
롤러의 핸들을 역회전시키면서, 담당인 남자는 붙임성좋게 웃었다.
“그럼 자네는, 6시 반에 이 발코니에 나왔단 말이지?”
“아닙니다. 6시 반이라고 한 건 가게에 도착한 시간이고, 그때부터 그 사건의 소문을 듣거나 시체를 보거나 했기 때문에, 여기에 올라왔을 때는 이미 7시였습니다.”
“그 때, 이 발코니 위에서 뭔가 달라진 곳은 없었나?”
“딱히 알아차린 건 없었습니다. 다만 가스 호스가 난잡하게 던져져 있었고, 벌룬은 굉장히 부력이 줄어서 흐늘흐늘해져 있어서,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이 낮은 곳에서 맴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날씨가 거칠어진 다음에는 자주 있는 일입니다.”
“벌룬은 밤중에도 띄워놓습니까?”
“예, 아래로 내려서 계류시켜 놓는 것이 보통이지만, 날씨에 부주의해서 그대로 놔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벌룬의 부력이 줄었다고 했는데?”
“기낭(氣囊)에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다만 그 구멍은 1개월 정도 전에 한번 수선한 적이 있는 구멍인데─”
“하하하, 그래서 자네는 아까 기낭을 수선하고 있던 것이로군. 그런데, 이 벌룬의 부력은 어느정도 되나?”
“표준기압이라면 600킬로는 충분히 됩니다.”
“600킬로라면 상당한 중량이군. 음, 고맙네.”
질문을 끝내고 쿄스케는 벌룬의 로프에 붙어서 올라가는 오려진 광고문자를 바라보았다.
딱 벌룬이 완전히 상승해서 로프가 팽팽해졌을 때 사법주임이 왔다.
“이야, 여러분 그런 곳에서 심호흡을 하고 계셨습니까! 아니, 물론 괜찮습니다. 그건 그렇고, 어떻습니까? 목걸이의 지문은 역시 피해자 노구치의 것이었습니다. 여기, 이렇게 확실히 검출되었지요.”
이렇게 말하고는 사법주임은 우리들 눈 앞에 7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목걸이를 늘어뜨렸다. 과연, 그 커다란 구슬들 위에는, 두개의 커다란 지문이 확실히 떠올라 있었다.
“호오, 과연 그렇군요.” 쿄스케는 미소지었다.
“그건 그렇고, 죄송합니다만 그 수은과 쵸크를 섞어놓은 어쩌고 가루를, 제게도 좀 빌려 주시지요.”
어리둥절하고 있는 사법주임의 손에서 검출용구를 빌리고는, 롤러에 다가가서 핸들 위에 회색 가루를 능숙한 손놀림으로 뿌리고, 좀 지나서 그 위를 낙타털 솔로 가볍게 쓸어냈다.
“아, 지금 막 생각났는데, 오늘 아침 수선을 위해서 벌룬을 내렸을 때, 가스주입구의 마개가 열린 채였습니다.”
지금까지 뭔가 생각하고 있던 담당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
“마개가 열려 있었다?”
놀란듯이 얼굴을 들고 되물은 쿄스케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지만,
“호오, 대단히 유력한 증거다.”
하고 혼자 중얼거리고는, 다시 원래 자세로 돌아가서, 확대경으로 핸들 표면을 조사하면서, 담당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는 오늘 아침 장갑을 안 끼고 이걸 만졌나?”
“예, 처음에 벌룬을 내릴 때는, 수선을 위해서 급히 내렸기 때문에─”
그리고 쿄스케는, 목걸이를 사법주임의 손에서 빌려와서, 핸들 위에 검출된 지문과 목걸이의 지문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나도 쿄스케의 옆에 쭈그려앉아서, 양쪽의 지문을 열심히 비교해보았다. 하지만 두 지문은 각각 전혀 별개의 것이라는 것을 나는 눈치챘다.
“자아, 자네도 눈치챘겠지? 보라구. 이 핸들 위에는 이 사람의 지문 이외에, 이 목걸이의 지문, 즉 피해자의 지문은 전혀 보이지 않아. 이걸로 됬어. 자, 벌룬을 조용히 내려 주십시오.”
쿄스케의 말에, 담당인 남자는 일순 미심쩍어하는 표정을 보였지만, 곧 장갑을 끼고, 롤러의 핸들을 돌리기 시작했다.
1피트. 2피트. ─벌룬은 조용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쿄스케는 확대경을, 감겨가는 로프에 다가가서 예리한 시선을 그 위에 주고 있었다. 하지만, 곧 35,6피트나 감겼으려나 하고 생각했을 무렵, 벌룬의 하강을 중지시키고, 사법주임에게 말을 걸었다.
“범인을 찾았습니다─”
쿄스케의 이 말에 적지 않게 놀란 우리는, 쿄스케가 가리킨 두꺼운 삼 로프의 일부에, 깊게 물들어있는 소량의 검붉은 혈흔을 발견했다.
“이것이 즉 피해자의 경부의 교상(絞傷)에서 흘러나온 혈흔입니다. 자, 이제 벌룬의 용건은 끝났습니다. 올려주세요…… 아, 일단 기다려주십시오. 전부 내려주세요. 하나 잊어버리고 있었어. 맞았을지 틀렸을지, 일단 확인해보고 싶으니까요.”
담당 남자는, 어리둥정하면서도 다시 크랭크를 돌렸다.
사법주임은 극도의 흥분 때문에 이를 딱딱 울리면서, 조용히 내려오는 벌룬과, 쿄스케의 옆 얼굴과 그리고 담당 남자의 거동을 번갈아 비교해보면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윽고 벌룬이 완전히 내려오고, 그 귀여운 천체같은 모습을 우리 머리 위에 멈춰서자, 쿄스케는 가스주입구의 마개를 열고 그 안에 가는 손목을 집어넣어, 잠시동안 기낭의 아랫부분을 휘저었지만, 곧 아름다운 목걸이를 하나 꺼냈다.
“배짱도 좋은 녀석이군!”
사법주임이 담당 남자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기다려 주십시오. 잘못 고르신겁니다. 범인은 벌룬입니다. 이 경기구입니다. 자, 이것을 봐 주세요.”
쿄스케가, 가스 주입구의 고정핀, 마개, 새롭게 발견된 목걸이에 아까의 ‘회색가루’를 뿌리고 솔로 털어내자, 셋 모두에 같은 종류의 지문 몇개가 순식간에 검출되었다.
“보십시오. 이 사람의 지문은 아니지요?”
“흠, 확실히 피해자 노구치 타츠이치의 지문이다.”
사법주임은 마치 여우에게 홀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쿄스케는 내 쪽으로 돌아섰다.
“자네, 미안하지만 중앙기상대에 전화를 걸어서 어젯 밤의 도쿄지방의 날씨를 물어봐주게.”
쿄스케가 명하는대로 6층에 내려선 나는, 거기의 전화실에서 임무를 끝내고, 결과를 노트에 기입하고 다시 옥상으로 돌아왔다. 쿄스케는 내가 건넨 노트를 받아들고는,
“음, 고마워. 754밀리의 저기압과 남서의 강풍인가. 자, 이제 용건은 끝났으니 벌룬을 올려주십시오. 그러면, 지금부터 결론을 설명하도록 하지요.”
말을 끝내고 쿄스케는, 상승해가는 벌룬을 올려다보면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는 아까, 첫번째로, 범인은 숙직원 이외의 강력한 남자라는 것, ─이 경우 문단속이 엄중했던 것을 고려해 둬야지─. 두번째로, 범행은 옥상에서 일어났다는 것, ─이 경우 화단에도 철책에도 타일바닥 위에도, 어떤 종류의 흔적도 없었다는 소극적인 단서에 유의해야겠지─. 세번째로, 범죄에 사용된 유일한 흉기가, 굴곡이 자유로운 길고 조잡한 표면을 가진 물체, 단적으로는 그물모양의 것이라는 것, 네번째로, 범죄의 동기가 결정적이지 않다는 기초지식의 파악에 성공했습니다. 거기서 나는 이러한 재료를 시작으로 삼아서, 극히 엄격한 비판 아래에서, 가능한 한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동해서, 새로운 종합적인 추리로 나아갔습니다. 곧 나는, 이 벌룬의 로프를 흉기로 하는, 아직 상당히 조잡하기는 하지만 어느 한가지의 추정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그 조잡함을 극복하기 위해 이 발코니에 와서, 나의 대략적이고 조잡한 결론을 가공하고 정리할만한 새로운 재료의 수집을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쿄스케는, 일단 말을 끊고, 다시 벌룬을 돌아보면서, 한층 소리를 높여 말하기 시작했다.
“즉, 그저께의 밤 영업중에, 두개의 목걸이를 훔친 노구치 타츠이치군은, 당연히 벌어질 신체검사나 건물 전체의 엄격한 수색을 예상하고 가장 안전한 장소, 즉 벌룬의 바닥에 그 목걸이를 숨겨놓은 것입니다. 물론 자네는”
하고, 담당 남자를 보면서, “야간에 벌룬의 감시는 하지 않았겠지? 좋아. 그리고 어젯 밤, 아마 숨겨놓은 목걸이가 걱정되었겠지요, 숙직담당이던 피해자는, 취침 전 10시 경, 벌룬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옥상에 올랐습니다. 거기서 그는, 구멍이 뚫린 벌룬이 부력이 감소했기 때문에 흐늘흐늘 내려올 것 같은 것을 발견하고 크게 놀라서, 급히 힘으로 로프를 끌어당기기 시작했습니다. 부력이 감소했다고는 해도, 가스가 완전히 차 있으면 600킬로의 부력을 가지는 벌룬입니다. 피해자는 손바닥에 여러개의 굳은살을 만들면서, 정신없이 벌룬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가스주입구의 마개를 열고, 아마 한번은 숨겨놓은 물품의 안전을 확인했을 것입니다. 물론 아직 사건의 열기가 다 식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물품을 빼내는 위험은 피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스 호스를 붙이고, 수소가스의 보충을 시작합니다. 가스가 충만해짐에 따라, 벌룬의 부력은 증가합니다. 이 경우, 피해자는 중대한 과실을 범하고 있습니다. 즉, 처음에 벌룬을 내릴 때 놀란 나머지 서둘렀기 때문에 롤러를 쓰지 않고 직접 손으로 잡아당겨 내려버린 것입니다. 이 추정에 대한 반증은, 오늘 아침 급히 맨손으로 핸들을 잡은 이 담당자분의 지문 이외에, 피해자의 지문이 검출되지 않는 한 무력합니다. 따라서, 가스 주입구의 고정핀 및 로프를 손으로 눌러가며 가스의 보충을 하고 있던 피해자는, 가스가 가득 찬 벌룬의 부력이 증가함에 따라, 처음으로 롤러를 사용하지 않았던 과실을 눈치챈 것입니다. 아마 대단히 놀란 그는, 급히 로프를 롤러의 어딘가에 걸어서, 벌룬의 상승을 막아보려고 서둘렀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력이 증가한 벌룬은, 가스 호스를 던져버리고, 마개가 열린 채로 용서없이 상승을 시작합니다. 피해자는 정신없이 그 상승을 견제합니다. 자기 몸이 끌려올라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로프를 잡은 양손에 힘을 줍니다. 하지만 두껍고 거친 로프는 헛되게도 그의 손바닥에 무수한 찰과상을 남긴 채, 점점 올라갑니다. 오려낸 광고문자도 이미 날아올랐을 무렵, 아까 피해자가 범했던 과실이, 여기에서 무서운 결과를 불러옵니다. 즉, 피해자가 손으로 당겨서 발 밑에서 사리를 틀고 있던 로프가, 소동을 피우고 있던 피해자의 몸에, 자연스럽게 휘감긴 것입니다. 물론, 그는 정신없이 격투를 계속합니다. 하지만 로프는 그의 몸의 곳곳, 예를 들면 어깨, 하악부, 팔꿈치 등의 노출된 부분에 무수한 가벼운 찰과상을 주고, 잠옷의 한두군데를 찢고, 결국에는 경부와 흉부에 휘감깁니다. 움직일 수 없게 된 피해자의 몸은, 그대로 하늘로 끌려올라갑니다. 벌룬이 타성적으로 완전히 상승해서 로프가 강하게 당겨졌을 때, 그의 호흡은 멈추고, 늑골은 부러지고, 경부의 피부는 쓸려 찢겨져서 출혈합니다. 노구치 타츠이치군은, 문자 그대로 천국으로 올라간것입니다. 그리고─”
쿄스케는, 아까 내가 건낸 노트에 눈길을 주고,
“오전 0시부터 2시 반까지, 도쿄지방을 통과한 753밀리의 저기압과 강한 남서풍은, 벌룬을 수직상승선에서 동북쪽으로 밀어냅니다. 구멍이 뚫려있던 벌룬은, 저기압의 통과와 맞물려서, 겨우 그 부력을 줄이고, 로프의 긴장은 풀려서 피하재의 사체는 떨어집니다. 아파트 옥상으로가 아닙니다. 아파트 동북쪽의 노지의 아스팔트 위로입니다. 사체가 떨어졌을 때의 진동에 의해, 기낭의 안쪽에 들어가 있던 목걸이 하나가, 마개가 열린 채이던 가스주입구에서 죽은 사람의 뒤를 따릅니다. 마지막으로, 물론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교살에 의한 시체의 혈액은 비교적 장시간에 걸쳐 유동상태를 유지하는 법이니까, 사후 수시간이 지나서야 로프에서 떨어진 시체라고 해도, 파괴된 두부(頭部)의 상처에서 아스팔트 위로, 생생하게 출혈됩니다─”
말을 끝내고 쿄스케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9월의 아름다운 푸른 하늘 속에서, 선명하게 떠오른 꿈 같은 벌룬은, 이 백화점의 기묘한 교수형집행인은, 때마침 불어운 미풍에 아랫배를 작게 떨면서, 둥실둥실 떠 있었다.
| 오사카 케이키치 - 향수신사(香水紳士) (0) | 2012/03/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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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 케이키치 - 백화점의 교수형집행인(デパートの絞刑吏) (0) | 2012/03/20 |
그 선생님의 웃음의 의미를 나로서는 잘 알 수 없었다. 다만 기인(畸人)으로서의 S 선생님의 기행을 떠올리시고 웃으셨을 것이라는 정도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긴 세월이 흘렀다. 나츠메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선생님에 관한 제가(諸家)의 추억담이나 뭔가가 여러 잡지를 장식하고 있을 무렵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느날 뜻밖에도 옛날의 S 선생님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3전우표를 두장인가 세장 붙인 대단히 무겁고 두꺼운 편지를 읽어보니, 거기에는 나츠메 선생님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실로 자세하고 상세하게 쓰여 있었다. 그 편지에 의하면, S 선생님은 어릴 적에 나츠메 선생님 댁 근처에서 살고있던 이른바 장난꾸러기동지였다는 듯, 그 당시의 여러가지 장난의 디테일이 실로 현실적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나는 일찍이 한번도 나츠메 선생님으로부터 그 어린시절의 S선생님과의 관계에 대해서 들은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이 편지의 내용이 정말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 한 것 처럼 예상외로 여겨졌다. 그리고 왠지 이것이 진짜일까 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S 선생님이 의식해서 거짓말을 일부러 쓰실 리도 없으므로, 상세한 부분에서는 기억의 오류나 착각은 있을지언정 대체로 사실임은 틀림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것은 나츠메 선생님에 관한 하나의 자료로서 보존해 두면 후일 꼭 도움이 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당시의 대학 물리학부 물리교실의 내 방의 책상 서랍속에 다른 중요한 편지와 함께 보관해 두었다.
그런데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위궤양에 걸려 휴직하고 틀어박혀버렸기 때문에, 교실의 내 방은 그대로 완전히 먼지가 쌓인 채로 긴 시간동안 방치되었다. 거기에 타이쇼 12년의 대지진이 덮쳐와서 교실의 건물은 대파되고, 붕괴는 면했지만 향후의 지진에서는 위험한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내 병이 다 나아서 출근할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이미 원래 방에는 들어가지 않고 다른 건물의 목조 단층건물인 다른 교실의 한 방을 빌려서 임시로 살게 되었다. 그 때에도 아직 원래 교실의 방은 대부분 옛날 그대로 창고같은 형태로 보존되어 곰팡이와 먼지와 거미집의 지배에 맡겨두었으므로 이 S 선생님의 편지도 줄곧 그대로 서랍 안에서 긴 잠을 자고 있게 된 것이었다.
그 후에 내 생활에는 여러가지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관동대지진 덕에 대학에 지진연구소가 설립됨과 동시에 나는 학부와의 연을 끊고 연구소원으로 전직하여, 한동안은 공학부가 있는 교실의 가건물의 임시사무소에 출입하였고, 연구소의 본 건물이 오나성됨과 동시에 그 쪽으로 이사했다. 이리하여 이리저리 거처를 옮기는 사이에 어찌 된 일인지 원래 방 책상 서랍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요 근래에 ‘B교수의 추억’을 쓸 때에 문득 그 B교수의 편지를 떠올림과 동시에 그 서랍과 S 선생님의 편지를 떠올리게 된 것이지만, 지금은 이미 옛 교실 건물은 완전히 철거되어 버렸고, 옛 책상 같은 것이 어찌 되었는지 행방도 모르는데, 하물며 그 서랍 속의 옛 편지같은 것을 찾아낼 실마리도 없어져 버린 것이다. 실로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S 선생님의 편지 내용을 떠올려보려고 아무리 애를 서 봐도, 이제는 도저히 떠올릴 수 없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아닌데 어린 나츠메 선생님이 어딘가의 담 위에 올라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끼얹어 골려주고는 했다고 말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 뿐이다. 즉 구체적인 사건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다만 그 편지의 전체적인 인상은 선생님이 처치곤란한 악동 중의 악동이었다는 것이었다.
사실이야 어쨌든 어린 시절의 나츠메 선생님이 당시의 S 선생님의 기억 속에서는 그런 인상을 받은 것은 사실일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니까, 더 옛날에 쿠마모토 시절의 나츠메 선생님이 ‘아, S말인가’하고 말하면서 이상한 웃음을 보이신 것도 떠올리게 되어 거기에서 또 여러가지 재미있는 암시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S 선생님이 살아계시기만 하다면 다시 한번 잘 여쭈어봐서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몇 년 전에 돌아가셨으므로, 이미 어찌해도 돌이킬 수 없다. 혹시 S 선생님의 유족 내지는 친밀했던 사람들을 찾아가 물어보고 다닌다면 그 단편이라도 어쩌면 회수할 가망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선생님의 유족이나 혹은 제자들이 생각도 못한 방면에 묻혀있는 자료가 의외로 많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것은 지금 수집하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예로서 또 다음과 같은 것을 떠올리게 된다. 언젠가 선생님과 잡담중에 ‘아무래도 자네의 고향 사람들은 핑계를 대기만 해서 까다로워 어쩔 수가 없다네’하고 반쯤 농담처럼 말씀하신 적이 있다. 아무래도 옛날 기숙사에서 하마구치 오사치(浜口雄幸), 미조부치 신마(溝淵進馬), 오오하라 테마(大原貞馬)라는 세 명의 토사(土佐) 사람과 같은 방이셨던가 옆방이셨던가 계셨던 적이 있어서, 그 때 이 세명이 터무니 없이 큰 소리로 하룻밤 내내 토론만 해서 시끄러워서 곤란하셨다는 것이다.
이 세 분들에게 여쭤보면 혹시 뭔가 학생시절의 선생님의 일면을 그릴 수 있을 만한 일화라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하마구치씨는 돌아가시고, 오오하라씨는 오랫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다. 미조부치씨는 내가 중학교 시절에 ‘라셀라스1’를 가르치신 선생님이시며, 그 후 줄곧 고등학교장으로 일하셨으나 이 분도 최근 돌아가셨다.
또 한가지, 내가 학생 시절에 신세를 진 긴자의 어느 상점의 양자가 된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그 사람의 본가는 우시고메(牛込2)의 키쿠이쵸(喜久井町3)에 있는데, 그 바로 옆 뒷집인가에 나츠메라는 집이 있었고, 어릴 적 일이라 그 나츠메가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떤 기억도 없지만 그 집의 모습 같은 것은 꿈처럼 기억난다는 것이었다.
이런 종류의 생각지 못한 인연으로 선생님의 생애의 일부와 접촉한 적이 있는 사람이 아직 여러 곳에 얼마든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우리같이 선생님과 친했던 사람들은 대단히 주의하지 않으면 어쨌든 우리들만이 접촉한 선생님의 세계의 일부분을 선생님의 전체 위에 덮어버리고는 우리들에게 좋도록 선생님을 멋대로 만들어버릴 우려가 있다. 의식적으로는 사리사욕 없는 진정(眞情)에서 그리 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선생님께 있어서는 기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선생님의 아군이 아니거나 적이었던 사람들의 방면에서도 숨겨진 전기자료를 얻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적의 증언이 아군의 그것보다도 오히려 당사자의 미점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도 가끔은 있는 일이다.
다만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응용심리학 쪽에서 잘 연구되는 ‘증언의 심리’, ‘추억의 오류’에 관한 충분한 지식을 기초로 하여 그러한 자료의 정리를 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정리는 100년 후에도 할 수 있다. 자료는 하루 늦어지면 영원히 잊혀진다. 나는 이 기회에 나츠메 선생님에 과한 온갖 숨겨진 자료가 수집되어 기록되는 것을 갈망하여 마지 않을 따름이다.
(쇼와 10년 11월 『시소(思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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