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蜜柑)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 竜之介)


   어느 구름 낀 겨울날 저녁이었다. 나는 요코스카발 상행 2등 객차 구석에 앉아서, 멍하니 발차 기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전등이 켜진 객차 안에는 웬일인지 나 말고는 한 사람도 승객은 없었다. 바깥을 보니 어둑해진 플랫폼에도 오늘은 묘하게 송별하는 인영조차 흔적도 없고, 오직 우리 안에 들어가 있는 강아지가 한 마리, 가끔 슬픈 듯이 짖고 있었다. 이것들은 그때의 내 마음과 이상할 정도로 닮은 경치였다. 내 머릿속에는 뭐라 말할 수 없는 피로와 권태가 마치 눈 오는 하늘처럼 어두침침한 그림자를 떨구고 있었다. 나는 외투 주머니에 지그시 양손을 찔러 넣은 채, 거기에 들어있던 석간을 꺼내서 볼 기운조차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윽고 발차 기적이 울렸다. 나는 약간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끼며, 뒤쪽 창틀에 머리를 기대로, 눈앞의 정차장이 점점 뒷걸음질 치는 것을 기다린다고 할 것도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게 그보다도 빠르게 요란한 나막신 소리가 개찰구 쪽부터 들린다고 생각했더니, 곧바로 차장이 뭔가 화를 내는 소리와 함께, 내가 타고 있던 이등실의 문이 드르륵 열리고, 열서넛쯤 되는 여자아이가 한 명,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한번 쭉 흔들리고, 서서히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나씩 눈을 스쳐 지나가는 플랫폼 기둥, 남겨진 물수레, 그리고 차 안의 누군가에게 축하를 하는 빨간 모자-그 모두는 창문에 불어오는 매연 안에, 미련이 남았다는 듯이 뒤로 쓰러져 갔다. 나는 겨우 한숨 돌린 듯한 기분이 되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비로소 나른한 눈꺼풀을 올리고 앞좌석에 앉은 여자아이의 얼굴을 슬쩍 보았다. 
 그것은 윤기 없는 머리카락을 뒤로 잡아당겨 이초가에시로 묶고 옆으로 비빈듯한 흔적이 있는 잔뜩 튼 양 볼을 기분 나쁠 정도로 붉힌, 실로 시골뜨기 같은 소녀였다. 게다가 때가 낀 연두색 털실 목도리가 주르륵 늘어진 무릎 위에는 커다란 보자기꾸러미가 있었다. 또 그 보자기를 안은 튼 손 안에는, 삼등석 표가 소중한 듯 확실히 쥐어져 있었다. 나는 이 여자아이의 상스러운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복장이 불결한 것도 역시 불쾌했다. 마지막으로 그 이등석과 삼등석의 구별조차 못 하는 우둔한 마음에 화가 났다. 그래서 담배에 불을 붙인 나는 오직 이 여자아이의 존재를 잊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서, 이번에는 주머니의 석간을 멍하니 무릎 위에 펼쳐놓고 보았다.그러자 그때 석간 지면에 떨어지고 있던 외관이 갑자기 전등 빛으로 바뀌어, 인쇄가 잘 안 된 무슨 난의 활자가 의외일 정도로 선명하게 내 눈앞에 떠올라왔다. 말할 것도 없이 기차는 지금 막 요코스카 선에 많은 터널 중 최초의 터널에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그 전등 빛에 밝혀진 석간의 지면을 바라보아도, 역시 내 우울을 위로하게끔, 세간은 너무나 평범한 사건만이 화제였다. 강화문제, 신랑 신부, 독직 사건, 사망광고- 나는 터널에 들어간 한순간, 기차가 달리는 방향이 거꾸로 된 듯한 착각을 느끼면서, 그러한 삭막한 기사에서 기사로 거의 기계적으로 훑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물론 그 여자아이가 마치 저속한 현실을 인간으로 만든 것 같은 표정으로 내 앞에 앉아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이 터널 안의 기차와 이 시골뜨기 여자아이와 그리고 또 이 평범한 기사로 메워진 석간과, -이것이 상징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불가해 한, 열등한, 지루한 인생의 상징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모든 것이 시시해져서, 읽다 만 석간을 내던지고 다시 창틀에 머리를 기대고, 죽은 듯이 눈을 감고 꾸벅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만가 지난 다음이었다. 문득 무언가에 위협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아까의 여자아이가 맞은편 자리에서 내 옆으로 옮겨와서, 자꾸 창문을 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무거운 유리창은 좀처럼 생각대로 안 열리는 것 같았다. 저 튼 자국투성이 뺨은 이젠 빨갛게 변해서, 가끔 콧물을 훌쩍거리는 소리가, 작은 숨찬 목소리와 함께 시끄럽게 귀에 들어온다. 이것은 물론 나라도 어느 정도는 동정하게 하는데 충분한 것은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기차는 이제 바야흐로 터널 입구에 다다르려고 있다는 것은, 저녁 어스름 속에 마른 풀만이 밝은 양쪽의 산 중턱이 아주 가까이 창 쪽에 다가왔다는 것으로도 바로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이 여자아이는 일부러 닫혀있는 창문을 열려고 한다. 그 이유를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니, 그것이 내게는 단지 이 여자아이의 변덕이라고밖에 달리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뱃속에 여전히 험한 감정을 품으며, 그 튼 손이 유리창을 올리려고 악전고투하는 모습을, 마치 그것이 영원히 성공하지 않도록 기도하는 듯한 냉혹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자 곧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기차가 터널에 뛰어드는 것과 동시에 여자아이가 열려고 했던 유리문은, 마침내 툭 밑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사각 구멍 안에서, 그을음을 녹인 것 같은 시꺼먼 공기가, 약간 숨쉬기 힘든 연기가 되어, 자욱하게 차 안으로 들이차기 시작했다. 원래 목이 안 좋은 나는, 손수건을 얼굴에 댈 틈도 없이, 이 연기를 온 얼굴에 씨인 덕에, 거의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기침해야만 했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내게 신경을 쓰는 기색도 보이지 않고, 창밖으로 고개를 빼고 어둠을 뿜는 바람에 이 초가에 시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계속해서 기차의 진행방향을 보고 있다. 그 모습을 매연과 전등 빛 사이에서 보았을 때, 이미 창밖이 점점 밝아져서, 거기서부터 흙냄새나 마른 풀 냄새나 물 냄새가 차갑게 흘러들어오지 않았다면, 겨우 기침이 끝난 나는, 이 본 적도 없는 여자아이를 정신없이 꾸짖어서라도 다시 원래대로 창문을 닫게 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기차는 그때는 이미 간단히 터널을 미끄러져 나와, 마른 풀의 산과 산 사이에 끼인, 어느 가난한 마을의 건널목에 들어가고 있었다. 건널목 가까이에는 모두 초라한 초가지붕 집이나 기와지붕 집이 빽빽이 비좁게 들이서서, 건널목 지기가 흔들어야 할 오직 한 폭의 허연 깃발이 느른하게 노을을 흔들고 있었다. 겨우 터널을 나왔구나 하고 생각했을, 바로 그때 그 쓸쓸한 건널목 울타리 저편에, 나는 뺨이 붉은 세 남자아이가, 꽉 붙어 나란히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모두, 이 흐린 하늘에 눌려버렸나 하고 생각할 만큼, 모두 키가 작았다. 그리고 또 이 마을 변두리의 음침한 풍물과 같은 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것이 기차가 지나는 것을 올려다보면서 일제히 손을 드는가 했더니 애처롭게 목소리를 높여 뭐라고 의미도 모를 환성을 열심히 질렀다. 그러자 그 순간이었다. 창문에서 반신을 내민 그 여자아이가, 그 튼 손을 쭉 내밀어서, 기세 좋게 좌우로 흔들었는가 싶었더니, 갑자기 마음을 들뜨게 할 만큼 따뜻한 태양 빛으로 물든 귤이 대충 대여섯 개, 기차를 전송하는 아이들의 위로 후드득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나는 무심코 숨을 삼켰다. 그리고 찰나에 모든 것을 이해했다. 여자아이는, 아마도 이제부터 고용살이를 가는 여자아이는, 그 품에 품고 있던 몇 개인가의 귤을 창에서 던져서, 일부러 건널목까지 전송하러 온 남동생들의 수고에 보답한 것이다.
 노을을 띤 마을 구석의 건널목과 새처럼 소리를 높이는 세 명의 아이들과 그리고 그 위에 어지럽게 떨어지는 선명한 귤의 색과── 그 모든 것은 기차의 창밖으로, 눈 깜짝할 새도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내 마음 위에는, 애달프도록 선명히, 이 광경이 새겨졌다. 그리고 거기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맑은 기분이 솟아나오는 것을 의식했다. 나는 기운 좋게 머리를 들어,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것처럼 그 여자아이를 주시했다. 여자아이는 어느새 이미 내 앞자리로 돌아와, 여전히 틀대로 튼 볼을 연두색 털실 목도리로 감싸며, 커다란 꾸러미를 안은 손에, 꾹 삼등석 표를 잡고 있다. …………
 나는 이때 비로소, 뭐라 말할 수 없는 피로와 권태를, 그리고 불가해 한, 열등한, 지루한 인생을 겨우 잊어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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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기관차(とむらい機関車)

오사카 케이키치(大阪 圭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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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국철D50형 증기기관차를 일컬음. 444호는 실존하지 않음 [본문으로]
  2. 다도에서 물을 끓이는 솥. 위가 좁고 솥전이 있음. [본문으로]
  3. 물과 연료를 공급하는 탄수차(炭水車)가 기관차 뒤에 별도로 있는 방식의 기관차 [본문으로]
  4. 현재의 카와사키 중공업 차량 컴퍼니(川崎重工業車両カンパニー) [본문으로]
  5. 1906년부터 생산된 담배, 현재도 생산되고 있음. [본문으로]
  6. 춘분, 추분에 있는 불교의 법회 [본문으로]
  7. 돌리개 못(dog spike)? [본문으로]
  8. 크리프. 열차의 통과에 의해 궤도가 전후 방향으로 이동하는 복진현상 [본문으로]
  9. 원문에서 병의 이름은 모두 한자가 아닌 카타카나로 표기되어 있음.또, 그 외의 어려운 한자도 카타카나로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있음.(역자 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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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신사(香水紳士)

오사카 케이키치(大阪圭吉)


1
  시나가와(品川[각주:1])역에서 바로 앞 자리에, 그 제멋대로인 손님이 타자, 쿠루미씨(クルミさん)는 완전히 기운을 잃고 말았다.
  “오늘은 아주 날씨가 좋으니까, 코우즈(国府津[각주:2])에 계시는 숙모 댁에서는 후지산가 아주 잘 보여요.”
  엄마에게 그런 말을 들어서, 기쁘게 집을 나왔을 때의 기운은 어디로 갔는지, 좌석의 구석에 웅크린 채 완전히 기가 죽어서, 창문 너머로 뒤쪽으로 지나가는 교외에 가까운 거리의 지붕들을, 풀이 죽은 채 지켜보는 것이었다. 
  도쿄역 출발 오전8시 25분의, 이토(伊東[각주:3])행 보통열차다.
  그 열차의 삼등차의, 구석자리의 좌석에, 쿠루미씨는 딱딱하게 굳어서 앉아있는 것이다.
  일요일이라서 객차 안에는 신록(新綠)이 온 하코네(箱根)나 이즈(伊豆)로 나가는 듯한 사람들이 많이 타고 있다.
  하지만 쿠루미씨는 하코네나 이즈까지 가는 것이 아니다. 훨씬 가까운 코우즈의 숙모님 댁에 가는 것이었다.
  코우즈의 숙모님 댁에는 사촌언니인 노부코(信子)씨가 있다. 노부코씨는 쿠루미씨보다 다섯살 연상인 21세로, 이달 말에 결혼한다. 쿠루미씨는 일요일을 이용해서 처녀시절의 노부코씨에게 작별과 축하를 전하는 것도 겸해서 숙모님 댁으로 가는 것이었다.
  객차의 선반 위의 보자기 안에는 엄마가 부탁한 축하선물이 들어있다. 어젯 밤, 엄마와 둘이서 신주쿠(新宿)에 나가서 마련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 때 같은 가게에서 엄마는 모르도록 자신만의 축하선물이라는 의미로 산 물건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쿠루미씨의 제복 주머니 안에 몰래 숨겨 놓았다.
  귀여운 빨간 리본을 묶은, 작고 아름다운 세공이 된 나무상자에 들어가 있는 향수였다.
  “뭔가 나만의 축하선물을 주고싶어……”
  라고 생각하여,
  “뭘로 할까?”
  라고 생각하다가 떠오른 물건이었다.
  “이거, 내가 준비한, 축하 선물……”
  그렇게 말하고, 살짝 노부코씨에게 전달할때의 즐거움을, 어젯 밤 부터 가슴속에 그리고 있던 쿠루미씨였다.
  그 향수의, 귀여운 나무상자와 함께, 쿠루미씨의 주머니 안에는 츄잉껌과 캐러멜이 들어있었다. 즐거운 잠깐의 여행을 즐기기 위한 준비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실제로, 쿠루미씨는, 오늘의 코우즈행을 이미 사흘이나 전부터 밤에도 잠들지 못할 정도로 기대하고 있었다.
  드디어 오늘 아침이 되었을 때는, 이미 밥도 제대로 목을 넘어가지 않았다.
  “안돼요, 쿠루쨩. 밥은 잘 먹고 가야지…”
  어머니가 그렇게 타일러도,
  “그래도 먹고싶지 않은걸요. 혹시 배가 고파지면, 오오후나(大船[각주:4]에서 샌드위치를 살거에요. 그곳의 샌드위치, 정말 맛있는걸요.”
  “어머, 정말 깜찍하기도 하지. 어디서 그런 걸 들었니?”
  “정말, 무슨 소리세요. 작년 여름에 카마쿠라(鎌倉)에서 돌아올 때, 엄마가 사 주셨잖아요…”
  그래서 일찍 집을 나와, 들뜬 마음으로 도쿄역에 온 쿠루미씨다.
  일요일이라, 열차는 상당히 붐볐지만, 그래도 객실의 가장 구석자리에, 아직 아무도 않지 않은 훌륭한 박스석을 발견했다.
  가장 구석자리라는 것이, 왠지 모르게 쿠루미씨를 기쁘게 했다.
  “여기라면 껌을 씹든 샌드위치를 먹든 부끄럽지 않을거야”
  마음껏, 한시간 반의 짧은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창가의 자리를 잡아서, 유리창을 힘껏 밀어서 연다. 그러면 기분 좋은 5월의 산들바람이, 장난을 치듯 흘러들어온다.
  이윽고, 벨이 울리고, 열차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쿠루미씨의 즐거운 짧은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리고 10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 열차가 시나가와 역에 멈추자, 쿠루미씨의 박스로 한 사람의 동승객이 끼어들어왔다. 그리고 그 손님 덕에, 순식간에 쿠루미씨는 완전히 풀이 죽어서 좌석 구석에서, 웅크려버린 것이었다.

2
  그 손님은, 나이는 40전후의, 눈매가 묘하게 날카로운, 얼굴도 몸도 몹시 큰, 양복을 입은 신사였다.
  중절모를 깊숙히 눌러 쓰고, 쥐색 스프링 코트 주머니에, 왠지 오른손을 계속해서 찔러넣은 채였다.
  처음에, 신사는 객차로 들어오더니, 통로에 선 채로 재빨리 객차 안을 둘러본 다음, 아직 다른데도 자리가 있는데도 문득 쿠루미씨 쪽을 보더니, 제법 만족한듯한 표정을 잠깐 보이고는, 곧바로 다가와서, 쿠루미씨의 눈 앞 자라에, 큰 몸을 사양하지도 않고 입을 다문 채 쿵 앉은 것이었다.
  그리고 웃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고, 마치 가면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쿠루미씨의 얼굴을, 몸을 유심히 보았다.
  모자는 쓴 채로, 오른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이다.
  쿠루미씨는 오싹해져서 몸을 웅크리고는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열차는 어느새 신록으로 가득 찬 오오모리(大森[각주:5])의 거리를 달리고 있다.
  하늘은, 멋지도록 맑은 날씨다.
  보통때라면, 이미 이 쯤에서, 슬슬 츄잉껌을 씹기 시작했을텐데, 지금은 그럴수도 없다.
  “모처럼 생긴 즐거움도, 이래서는 완전히 엉망이야”
  쿠루미씨는, 옆얼굴 쪽에 신사의 기분나쁜 시선을 느끼면서, 몰래 한숨을 쉬었다.
  이윽고 신사는 쿠루미씨에게서 얼굴을 돌리고는, 창쪽에 등을 대고 누웠다. 그리고 코트의 왼쪽 주머니에서 왼손으로 신문을 꺼내더니, 여전히 오른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 부자연스럽게 한 손으로 신문을 펼쳐서, 그것을 얼굴 위에 덮듯이 하면서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창 밖을 보고 있어도, 쿠루미씨는 그 동작을 잘 알 수 있었다.
  가끔, 창밖에서 흘러들어온 상쾌한 바람을 맞아, 신문이 펄럭펄럭 운다. 그러면 신사는, 그때마다 얼굴을 찡그리며 이쪽을 보는 듯 했다.
  “문을 닫아야 하는 걸까”
  쿠루미씨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왠일인지 묘하게 몸이 움츠러들어서 손이 나가질 않는다. 애당초 이 신사가 끼어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직 몸을 한번도 안 움직인 쿠루미씨다. 게다가 창문을 닫으려고 하면 어쨌든간에 신사의 머리 뒤로 한 손을 가져가야만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점점 몸이 굳어버린 것이었다.
  갑자기, 신사가 일어났다.
  그리고, 창문으로 밖을 보고 있던 쿠루미씨에게 뭐라 하지도 않고 거친 기색으로 유리창을 닫아버렸다.
  쿠루미씨는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신사의 언짢은 기분이, 쿠루미씨의 마음을 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 뿐만은 아니다. 또 다른 큰 이유가 있었다. 쿠루미씨는, 신사의 오른손을, 처음으로 본 것이었다.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시차의 창문을 닫을때는, 반드시 양손을 써야만 한다. 그래서, 지금 일어난 신사도 이 때 처음으로 오른손을 주머니에서 꺼내서, 양손으로 창문을 닫은 것인데, 딱 그 오른손이 창 밖을 보고 있는 쿠루미씨의 얼굴 앞에 와서 멈췄다. 하지만 창문이 닫히자, 재빠르게 신사는 그 손을 빼서 주머니에 넣고, 다시 방금 전의 자세로 돌아가서,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 쿠루미씨는 신사의 오른손을 보고 말았다.
  그 손은 중지가 뿌리부터 없어서, 네 손가락이었다.
  “아, 상이군인이실까?”
  순간, 쿠루미씨는 그렇게 생각하여, 점점 몸이 뜨거워졌다.
  “혹시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 소녀일까! 그런 훌륭한 분과 동석한 것을 유쾌하지 못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니!”
  하지만, 곧바로 쿠루미씨의 머릿 속에는 뭉게뭉게 하나의 의혹이 떠올랐다.
  “하지만, 혹시 군인아저씨라면 어째서 그 훌륭한 부상을 이렇게 부자연스럽게 감추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만약 군인이 아니더라도, 평범하게 상처를 입은 분이라고 해도 이렇게 부자연스럽게 숨길 리는 없다.
  쿠루미씨는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전보다도 더 몸이 조이는 느낌이 들어, 더욱 웅크려서, 창문 너머로, 한동안 창문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3
  얼마 가지 않아 열차는 요코하마를 통과했다.
  “어쩌면 요코하마에서 내릴지도 몰라”
  그렇게 몰래 마음 속에서 생각했던 쿠루미씨의 바람도, 완전히 배신당해서 신사는 여전히 쿠루미씨의 눈앞에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읽고 있던 신문을 모자를 쓴 채로 얼굴 위에 올려놓은 채, 아무래도 졸기라도 시작한 듯, 가벼운 코골음이 들려온다. 이런 식이라면 어디까지 가는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코우즈보다도 먼, 오다와라(小田原[각주:6])나 아타미(熱海[각주:7]) 근처까지 갈지도 모른다.
  쿠루미씨는, 결국 포기해버렸다.
  “이러면 이미, 오오후나의 샌드위치도 못 먹게 되어버렸어.” 신사는 졸고있는 듯 하니까, 샌드위치를 산다고 해도 상관은 없을 것 같지만, 소리를 내서 깜빡 눈이라도 뜬다면 오히려 난처하다.
  쿠루미씨는, 살짝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본다. 츄잉껌도 캐러멜도 아직 그대로 있다.
  쿠루미씨는 마른침을 삼키면서 밖을 보았다.
  창 밖은 상쾌한 신록으로 감싸인 쇼난(湘南[각주:8])의 산야가, 아름다운 5월의 태양빛을 받으면서, 마치 축음기의 레코드처럼 빙글빙글 끝도 없이 전개되어간다. 그런 경치를 바라보면서, 쿠루미씨는 어떻게든 자신의 기분을 북돋아서 오늘 아침의 기운을 되찾으려고 노력해 본 것이었다.
  하지만 기분이 북돋아지기는 커녕, 이 때 오히려 별건 아닌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까부터, 조금씩 미끄러지고 있던 신사의 얼굴 위의 신문이, 이 때 버석하고 소리를 내며 신사가 옆으로 앉아있던 무릎 위로 떨어졌다.
  쿠루미씨는 철렁했다. 어떻게 할까라고 생각하며 신사의 얼굴과 신문을 번갈아보았다.
  물론 이대로 그냥 두어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이 때 쿠루미씨는 무심코 움찔했다.
  신사의 얼굴은, 뒤쪽의 등받이와 창틀 사이로 끼어들어가듯이 해서 자고 있었기 때문에, 모자가 앞으로 미끄러져서, 절반쯤 감추어져 있지만, 그것은 아까 그대로의 얼굴이다. 쿠루미씨가 놀란 것은 그 얼굴이 아니라 떨어진 신문 쪽이다. 그 신문은, 떨어진 기세로 뒤집혀서, 아까까지 신사가 열심히 읽고 있던 면이 나와 있는 것이다. 쿠루미씨는 정말 아무생각 없이 그 신문을 본 것이지만, 무심코 움찔해서, 자칳 소리를 낼 뻔 했다.
  그것은 3면 기사로, 오른쪽 위의 지면에, 다음과 같은 무서운 문자가 커다란 활자로 인쇄되어있었다.

    복면의 강도, 오늘 새벽 시부야의 XX은행을 덮쳐서 은행의 돈을 강탈하여 달아나

  그것이 표제였고, 그 다음으로 작은 문자가 몇줄이나 이어지고, 그리고 다시 전보다는 좀 작은 문자지만, 한층 두려운 제2의 표제가 인쇄되어 있었다.

    범인은 양복을 입은 덩치 큰 남자로, 중지가 없는 네 손가락의 오른손이 가장 큰 특징, 범인이 흉기를 들이댔어도 침착했던 숙직원의 관찰

  쿠루미씨는, 갑자기 눈앞이 어질어질해져서, 무심코 등받이에 기대고 말았다.

4

  어쩜 이렇게 무서운 일이!
  몸 속의 피가 두근두근 역류하는 것 같았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묘하게 몸이 긴장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움직일 수도 없다.
  “잘못 본거면 좋을텐데!”
  쿠루미씨는 열심히 자신을 내리눌렀다. 하지만 그 아래에서 뭉게뭉게 두려운 생각이 떠올라왔다.
  ─그래, 양복을 입은 사람은 어디에도 있고, 덩치가 큰 남자도 몇명이 있을지 몰라. 그리고 중지를 상처입어 잃은 분도 넓은 도쿄에는 몇명이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 세가지 특징이 셋 모두 딱 들어맞는 사람이 몇명이나 있을까?
  “게다가 이 신사는 극단적일 정도로 부자연스럽게 네 손가락의 오른손을 숨기고 있잖아! 그러고보니 객차에 들어왔을 때의 태도도 굉장히 이상했어!”
  쿠루미씨는 덜덜 몸을 떨었다.
  ─아마 이 신사는 처음 객차에 들어왔을 때, 재빨리 주변을 살펴보고 쿠루미씨 한사람 뿐인 이 자리를 발견하고, 상대를 소녀라고 얕잡아봐서 그런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을 것이 틀림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어젯 밤 그런 무서운 일을 해서 잠을 자지 않았기 때문에, 아타미나 하코네로 도망가는 도중에 그만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 것이 틀림없다.
  쿠루미씨는 더이상 가만히 있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목소리를 내거나 움직이거나 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바로 눈 앞의 신문기사에 의하면, 범인은 흉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멍청하게 소리라도 냈다간, 어떤 꼴이 될지 모른다.
  “몰래 차장님께 알려볼까?”
  하지만 그런 것을 했다고 한들 소용이 없다. 상대가 그처럼 무서운 남자라면 오히려 소란을 피워서 평화로운 승객들 사이에서 실수라도 일어난다면 그쪽이야말로 큰 일이다. 아니 무엇보다도 이미 쿠루미씨는 돌처럼 굳어버려서 소리를 내고 싶어도 목소리를 낼 수 없고, 움직이고 싶어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굳은 채로, 조심조심 다시 한번 신문을 본다.
  “침착한 숙직원의 관찰”
  이라는 표제가 문득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조금은 쿠루미씨의 마음 속에 밝은 것이 보였다.
  “그래, 침착해야 해”
  스스로 자신을 격려하며, 과감히 신사의 얼굴을 본다.
  졸던 것이 완전히 잠들어버린 것 같다.
  열차는, 어느새 몇개인가 역을 통과해서, 점점 코우즈에 가까워져 간 것 같다.
  문득, 쿠루미씨는 말할 수 없는 두려움 속에서 말하기 힘든 분함이 솟아오르는 것을 자각했다.
  생각해보니, 큰 일이 되어버렸다. 모처럼 즐거워야 할 여행이 덕분에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모르는 어른과 동석은, 보통 사람이라도 별로 환영하고 싶지 않았던 오늘의 여행에, 하필이면 두려운 도적신사와 합승이라니! 문득 사이 쿠루미씨는 다른 생각에 사로잡혔다.
  ─지금, 이 객차 안에 이런 두려운 신사가 타고 있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나만이 알고 있다. 이대로 모르는 척 하고 코우즈에 내려버려도 괜찮은 것일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하면 자신같은 소녀의 몸으로, 이렇게 떨고 있는 듯 겁을 먹고 있는데, 이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멀리, 마츠하라(松原) 너머로 본 적이 있는 코우즈의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 슬슬 짐을 내려놓아야 해.”
  급히 정신을 차리고 쿠루미씨는 과감히, 조용히 일어났다. 손발이 덜덜 떨렸다. 마치 꿈속에서 움직이는 것 같아서, 좀처럼 선반의 보자기꾸러미를 내릴 수 없다.
  하지만 이윽고 내릴 수 있었다.
  신사는 여전히 졸고 있다.
  이 때, 출하 선물이 들어가 있는 그 보자기꾸러미를 무릎 위에 올려놓으면서 문득 쿠루미씨의 머릿속에, 엉뚱한 생각이 번뜩였다. 그러자, 전보다도 더욱 격렬하게 쿠루미씨의 손발이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눈은, 갑자기 생기있게 빛났다.
  잠시간 쿠루미씨는 어찌할지 망설이는 것 같았지만, 창 밖으로 코우즈의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자, 갑자기 쿠루미씨는 제복 주머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빨간 리본이 묶인, 작고 예쁜 나무상자를 꺼냈다.
  그것은, 노부코씨를 축하하려고 몰래 사 온 그 향수였다.
  쿠루미씨는 무엇인가에 홀린 것 같은 손놀림으로, 덜덜 떨면서도 그 아름다운 리본을 풀고, 레테르를 떼고, 나무상자의 뚜껑을 열고, 안에서, 둥글고 귀여운 향수의 병을 꺼내서, 그 마개의 봉인을 뜯었다.
  쿠루미씨는 조용히 몸을 숙였다.
  마개를 뺀 향수병을 졸고있는 신사 쪽으로, 두근두근 떨면서 내밀고, 내밀었나 싶더니 재빨리 병 입구를 아래로 기울여서, 신사의 양복에, 아까운 기색도 없이 줄줄 내용물을 흘려버렸다.
  열차는, 코우즈역에 멈췄다.
  아직도 잠들어있는 신사를 남긴 채, 쿠루미씨는 열차를 뒤로 했다. 그리고 역을 나와서는, 마치 불이라도 지른 것 같은 긴장된 얼굴을 하고, 바로 역 앞의 파출소의 앞에 섰다.

5

  쇼난에서 이즈의 마을들에 걸쳐서, 경찰전화가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오다와라에서 이토에 이르는 열한 정거장의 출구에는, 날카로운 눈을 한 사복의 경찰아저씨들이 눈이 아니라, 코를 벌름벌름 거리면서, 마치 여행객같은 모습으로 살짝 서기 시작했다.
  여기는 아타미 역이다.
  오전 10시 46분, 이토행 열차가 도착하자, 많은 승객들이, 넓은 플랫폼으로 한꺼번에 나오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한명의 이상한 신사가─전신에 굉장한 향수 냄새를 확 풍기는 신사가 오른손을 스프링 코트의 주머니에 넣은 채, 왠지 대단히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을 하고, 코를 벌름벌름 거리면서 사람들 사이를 헤치듯이 하며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 신사가 발산하는 강하고 격렬한 향기를 맡고, 놀란듯이 멈추어 서서는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고, 혹은 질린듯한 얼굴을 하고 신사를 되돌아보고 눈으로 쫓았다.
  그러자 신사는 결국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면서, 조금씩 당황하기 시작하다가, 갑자기 빠른 걸음이 되었다.
  그러자 그 몸에서 나오는 향기는 스스로 일으킨 바람을 타고, 더욱 더 퍼져서, 한층 많은 사람들이 멈추어서서, 이상한 듯 신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신사는 울 것 같이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갑자기 이번에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뭔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까보다도 더욱 심하게 당황하기 시작하여 당황한 발걸음으로 플랫폼에서 지하도로, 지하도에서 역 출구로, 때마침 불어온 상쾌한 5월의 산들바람에, 정차장 전체에 때아닌 향수의 폭풍을 불러일으키면서 뛰쳐나갔다.
  이런 신사가, 역의 출구에서 아까부터 코를 벌름벌름거리면서 기다리고 있던 경찰아저씨들을 속일 수 있을 리는 없다. …

  그날 밤, 도쿄의 집으로 돌아온 쿠루미씨에게, 경시청의 높은 경찰아저씨와, XX은행의 지배인, 그리고 신문사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사진을 찍히거나 여러가지 질문을 받거나 한 후에, 은행의 지배인이 말했다.
  “아가씨. 아가씨 덕에 우리 은행은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뭔가 사례를 하고 싶은데, 무엇을 바라나요?”
  그러자 쿠루미씨는 잠깐 망설였지만, 살짝 말했다.
  “그런가요? 그러면, 모처럼이니까, 제가 써 버린 그 향수를 사 주실 수 있나요? 왜냐하면 저, 그 물건을 사촌 언니인 노부코씨에게 선물할 생각이었거든요.”
  “아니아니, 아가씨. 우리는 더 많은 사례를 하고싶어요. 그건 그렇고, 자, 뭐든지 좋으니 바라는 다른 것을, 한가지 더 말씀해보세요.”
  그러자, 쿠루미씨는 잠깐 생각하고 나서는, 부끄러운듯이 중얼거렸다.
  “그러면, 저, 샌드위치를 먹고 싶어요”

(끝)

  1. 지금의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역의 이름 [본문으로]
  2. 현재의 카나가와현(神奈川県) 오다와라시(小田原市)에 있는 지명 [본문으로]
  3. 현재의 시즈오카현 동부에 위치한 시 [본문으로]
  4. 카나가와현 카마쿠라시(鎌倉市)에 있는 지역의 이름. [본문으로]
  5. 도쿄도 오오타구(東京都 大田区)에 있는 지명 [본문으로]
  6. 카나가와현 서부에 있는 시 [본문으로]
  7. 시즈오카현에 있는 시, 카나가와현과 접해있음 [본문으로]
  8. 카나가와현 사가미만(相模湾)의 연안지방을 일컫는 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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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의 교수형집행인(デパートの絞刑吏)

오사카 케이키치(大阪圭吉)


  아마 독일 영화였을 것 같은데, 어느 영화의 시사회에서 아오야마 쿄스케(青山喬介)와 알고 지내게 되고부터 2개월 정도 지났을 때의 일이다.

아침 5시 반, 회사에서 온 전화를 받은 나는 쿄스케와 함께 R백화점으로, 그 날 아침 일찍 발생한 투신자살 뉴스를 취재하기 위해, 풀스피드로 택시를 달리게 했다.

쿄스케는 나보다 3년이나 선배로, 일찍이 모 영화사의 이채로운 감독으로서 특이한 지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일본 팬의 일반적인 취향이나 회사의 영리주의와는 영합하지 못하여 영화계에서 은퇴하고 일개 자유연구가로서 조용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근면하면서도 끈질긴 그는 어떤 면에서는 메스같이 예민한 감수성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자주 나를 놀래켰다. 그렇지만 그는 또한 온갖 과학의 분야에 걸쳐서 주도면밀한 통찰력과 대단히 명석한 분석적 지력을 행사하여 광대하고 가치있는 학식을 품고 있었다.

나는 쿄스케와의 이 교류에서 당초에는 그 놀라운 학식을 나의 직업적 활동을 위해 이용하려고 획책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나의 야심은 한없는 경탄과 경모(敬慕)의 마음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혼고(本郷)에 있는 하숙집을 나와서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 그것도 그의 옆 방으로 이사해버렸다. 그만큼 이 아오야마 쿄스케라는 남자는, 내게 있어서 범하기 어려운 매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6시 10분 전에, 우리는 R백화점에 도착했다. 낙사의 현장은 이 아파트 뒤에 해당하는 동북쪽의 노지(露地)로, 혈흔이 응결된 아스팔트 도로 위에는, 부근의 점원이나 노동자나 이른 아침의 통행인이 건물 옥상을 올려다보거나, 저마다 요란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사체는 매입부(仕入部)의 상품창고에 가수용되어, 당국이 막 검시를 끝낸 참이었다. 우리가 거기에 들어가자, 이번에 OO서(署)의 사법주임으로 승진한 내 사촌이 쾌히 우리를 맞아주면서, 이 사건은 자살이 아니라 교살에 의한 타살사건이며, 피해자는 이 백화점의 귀금속매장의 금전출납계인 노구치 타츠이치(野口達市)라는 28세의 독신점원인 것, 사체의 낙하점 부근에 다이아몬드가 섞인 고가의 진주 목걸이가 몇 개 떨어져 있었으며, 그 목걸이는 그저께 피해자가 근무하는 귀금속매장에서 분실된 두 물건 중 하나라는 것, 거기에다가, 사체와 목걸이는 오늘 아침 네시에 순회중이던 경관이 발견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사건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다는 것 까지, 조금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해 주었다. 설명이 끝나자, 우리는 허락을 얻어 사체에 접근하여, 양귀비 꽃 같은 그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두개골이 분쇄되어 극단적으로 일그러진 얼굴은 응결된 검붉은 혈흔에 의해 심하게 색칠되어 있었다. 목 부분에는 거친 교살의 흉터가 남아서, 흙빛으로 변색된 국부의 피부는 이리저리 찢어져서 소량의 출혈이 타올천 잠옷의 옷깃을 물들이고 있었다. 검시를 위해 노출된 흉부에는 비슷하게 흙빛으로 지렁이처럼 길게 부은 자국이 이상하게도 사선으로 가로질러서, 그 이상한 선을 따라 좌흉부의 늑골 하나가 무참히도 꺾여 있었다. 게다가 시체 곳곳─양 손바닥, 어깨, 아래턱, 팔꿈치 등의 노출된 곳은, 무수한 찰과상이 아플정도로 남아 있고, 타올천 잠옷에도 터진 부분이 두세군데 보였다.

내가 이 비참한 광경을 노트에 적고 있는 사이에, 쿄스케는 대담하게도 직접 사체에 손을 대어 손바닥이나 다른 곳의 찰과상과 경흉부(頸胸部)의 교살흔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었다.

“사후 몇시간 경과했습니까?”

쿄스케는 일어나서는, 별나게도 옆에 있던 검시관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6,7시간 흘렀지요.”

“그럼, 어제 10시부터 11시 사이에 살해당한 것이로군요. 그리고 언제쯤 던져진 것일까요?”

“길 위에 남은 혈흔이나 머리의 혈흔의 응결상태로 봐서 아무래도 오전 3시보다는 전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12시까지는 저 노지에도 통행인이 있었으니까, 결국 시간의 범위는 0시부터 3시쯤까지로 한정되겠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잠옷을 입고 있는 것은 어째서일까요? 피해자는 숙직원은 아니었을까요?”

쿄스케의 이 질문에 검시관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지금까지 사법주임에게 뭔가 질문을 받고 있던 잠옷차림의 점원 6명 중 1명이, 검시관을 대신해서 쿄스케의 질문에 대답했다.

“노구치군은 어젯 밤에 숙직이었습니다. 각각 다른 매장에서 매일 밤 순번을 교대해가면서 숙직을 서는 것이, 이 백화점의 특이한 규칙이랄까 뭐 결정사항이거든요. 어젯 밤의 숙직은, 점원 중에서는 이 노구치군과 저와 저기 서있는 다섯명, 합계 7명 이었습니다. 그리고 허드렛일을 하는 용무원 분들이 저기 있는 셋을 더해서, 전부 10명이 숙직이었습니다. 그런 식이라 같은 숙직실에서 자면서도, 숙직원들 중에서는 서로 잘 모르는 얼굴뿐이게 됩니다. 어젯밤의 상황이요? 알고 계시겠지만 현재는 매일 밤 9시까지 야간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9시에 폐점하고 나서 완전히 조용해질 때까지 40분은 충분히 걸립니다. 어젯밤에 우리가 각각 분담해서 문단속을 확인하고부터 소등하고 잠들었을 때는, 이미 10시에 가까워져 있었을 무렵이었습니다. 노구치군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서 혼자서 나간 것 같습니다만 아마 화장실에라도 가는거라고 생각해서 딱히 마음에 두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오늘 아침 4시에 경찰이 깨우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른 채 푹 잠들어버린 겁니다. ……예, 숙직실은, 용무원 아저씨들이 지하층(地階)이고, 우리는 3층의 뒷편에 있습니다. 6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문 말입니까? 특별히 잠가놓지는 않습니다.”

이 숙직점원의 진술이 끝나자, 쿄스케는 다른 8명의 숙직원들에게, 어젯밤 있었던 일에 관해서 지금의 진술 이외에 아는 것이 있는 사람은 없는가 하고 질문했다. 그러나 딱히 새로운 보고를 한 자는 없었다. 다만, 아동복매장에 속해있다고 말한 한명이, 어젯밤은 치통때문에 1시쯤 까지 잠들지 못했다는 것, 그 사이에 노구치 타츠이치의 침대가 비어있었다는 것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 이상한 소리등은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는 것 등, 약간의 진술을 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다음으로 목걸이게 관한 쿄스케의 질문에 대해서 코 끝의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면서, 귀금속매장의 주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막 소식을 듣고 놀라서 출근했습니다. 노구치군은 좋은 사람이었지만 안타까운 일입니다. 결코 남의 원환을 살만한 사람은 아닙니다. 목걸이 도난사건 말입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노구치군과 목걸이랑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목걸이는 그저께 밤 폐점시에 분실한 것입니다. 이거랑 이거 두개입니다. 합쳐서 딱 2만엔이 되는 상품입니다. 그래서 당시의 상황에서 추정해보면 확실히 손님중에 범인이 섞여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귀금속매장의 점원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점원의 신체검사를 하느니 건물의 위에서 아래까지 면밀한 수색을 하느니, 아주 그제 어제는 큰 소동이었습니다. 그것이 이런 결말이 나버렸습니다. 정말 이상하군요.”

막 주임의 진술이 끝났을 때, 시체 운반차가 와서, 세명의 허드렛일 숙직 용무원이 시체를 무거운듯이 들어서, 겁을 먹은 듯 비틀비틀한 발걸음으로 옮겨갔다. 그 모습을 잠시간 아쉬운듯이 보고 있던 쿄스케는, 이윽고 돌아서서 내 어깨를 치면서 기세좋게 외쳤다.

“옥상에 가세”

이미 개점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였다. 어느 매장에서도 어느새 출근한 많은 점원이나 판매원들이 상품 위에 덮인 하얀 사라사 시트를 접거나, 새로운 상품을 옮기는 등 바쁘게 일하고 있는 것을 엘리베이터 안에서 보면서 곧 우린 옥상으로 나왔다. 지금까지의 음산한 기분을 떨쳐내고 맑게 개인 초가을의 하늘 아래로 멀리 펼쳐진 거리의 집들을 내려다보면서, 나는 깊은 호흡을 반복했다.

쿄스케는, 피해자 노구치가 떨어졌다고 생각되는 동북쪽 구석으로 걸어가서, 허리를 굽히고 타일을 발라놓은 바닥을 비추어보거나 외곽을 둘러싼 철책 안쪽을 따라서 있는 1m정도 폭의 화단에 손을 찔러넣어, 낮은 나무의 뿌리쪽 흙을 뒤섞는 듯이 조사해보기도 했지만, 곧 복잡한 기색을 양 눈에 띄우고서는, 서쪽 구석에서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파수꾼의 모습이나, 동쪽의 노대(露臺) 위에서 기구(氣球)담당의 남자가 경기구(輕氣球/벌룬)의 수선을 하고 있는 모습에 홀려있던 나를 향해, 조용히 말을 걸었다.

“자네, 호랑이를 보고 있었나? 우리도 좀 먹이를 얻어야하지 않겠나? ……이건 제법 재미있는 사건이야”

이미 쿄스케는 걸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쿄스케는 이 사건에 나서버렸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깊숙한 호기심적 매력에 이끌린 나는, 쿄스케를 따라 6층으로 내려갔다. 거기에서 나는 전화실에 들어가서, 신문기자로서의 나의 직책을 다하기 위해 회사에 일단 보고를 끝내고, 쿄스케를 따라 식당으로 갔다.

역시 아침에 보니 식당 내부는 매우 조용했다, 다만 구석 창가에 있는 테이블 하나에, 사법주임과 그의 부하 한명이 두꺼운 샌드위치를 깨물고 있었다. 그는 우리를 보더니 일어나서 같은 테이블로 우릴 불러주었다. 우리는 쾌히 그 의자에 앉았다. 급사가 우리의 주문을 받으러 오자, 화사한 철격자가 끼워진 창문을 보고 있던 쿄스케는, 그 소녀를 붙잡고 몇층의 창이든 간에 이렇게 철격자가 끼워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윽고 우리들의 식사가 시작되자, 뜨거운 홍차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사법주임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건은 복잡하지만 해결은 쉽습니다. 나는 실지검증주의(實地檢證主義)니까요. 그래서 말인데─물론, 살인은 어젯 밤 10시부터 11시 사이에 일어나서, 오늘 아침 0시부터 3시쯤까지 사이에 옥상에서 던져진겁니다. 이 시간도 그렇고, 문단속이 엄중해서 외부에서의 침입의 여지가 없는 점도 그렇고, 범인은 명백히 백화점 안에 있던 자입니다. 그렇겠지요? 더욱 확실히 말하면, 어젯 밤 이 백화점 안에 있었던 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여러분께만 하는 이야기지만, 지금부터 어젯 밤의 숙직원들을 전부 철저하게 조사할겁니다. 다만, 여기서 좀 곤란을 느기는 문제는, 목걸이 건입니다. 혹시 목걸이를 훔친 범인이 노구치를 살해했다고 치면, 왜 범인은 목걸이를 포기했는가? 또 혹시 목걸이를 훔친 것이 피해자 자신이라면, 살인의 동기는 어디에 있는가?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는 먼저 목걸이의 지문을 검출해 보겠습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사법주임은, 기세좋게 인사를 남기고 부하 경관을 이끌고 식당을 나갔다.

지금까지 말 없이 식사를 하고 있던 쿄스케는, 그 입가에 가볍게 미소를 띄우고 비로소 입을 열었다.

“저 사람은 자네의 사촌이라고 했지? 뭐 괜찮겠지. 보통 일본 경찰은 범죄의 동기를 가장 먼저 밝혀내려고 하지. 그래서 설령 그것이 피상적인 것이라도 이번 사건처럼 언뜻 보기에 동기를 이해할 수 없는 범죄에 봉착하면 즉시 사건 자체를 복잡화시켜버리지. 물론 동기를 탐구하는 것은 괜찮아. 다만, 동기가 범죄 수사의 유일한 단서라고 생각하는 단순하고 공식적인 두뇌에 대해서 반박하고 싶군. 요컨대, 이 사건에 있어서 우리는 그 진주 목걸이보다도, 사체 그 자체에서 보이는 세개의 특징 쪽이 중요해. 먼저, 경부의 교살치명상 및 흉부의 졸린 흔적(絞痕)─처음에 나는 이 상처를 채찍같은 흉기로 때려서 난 것이라고 착각했는데─으로 가해진 폭력이 대단히 강대한 것이라는 것. 두번째로 양손의 손바닥에 남은 가로선을 그리는 무수한 이상한 찰과상, 그 중에는 몇개인가 굳은살도 포함되지. 세번째로, 어깨, 하악부, 팔꿈치등의 노출부위에 가해진 무수한 가벼운 찰과상. 뭐 이렇게 세가지지.

먼저 주어진 첫번째 단서를 분석검토해 보자고. 그러면 즉시 나는, 범인은 다수 또는 대단히 강력한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추정에 도달하지. 같은 식으로, 제2의 단서인 손바닥의 찰과상은, 피해자가 무언가를 꽉 잡아서 마찰로 생겼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암시하지, 다음으로, 제3의 단서인 곳곳의 가벼운 찰과상을 검토해보지. 가볍긴 하지만 두텁고 거칠게 난 그 흉터는, 명백히 나이프같은 금속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둔중하고 거친 것이며, 또한 손바닥에 찰과상을 입힌 흉기와는 같은 성질의 흉기인 것을 암시하지. 그리고 이 것은, 어던 종류의 찰과상을 가할만한 물체가, 범행 당시 현장에, 더욱 엄격히 말하자면 격투하고 있던 피해자 근처에 있었던가, 혹은 직접 범인이 가지고 있었던가 둘 중 하나야. 하지만 이 경우 나는 후자라고 생각하네. 왜나하면, 가해진 힘의 양적인 차는 있지만, 이 찰과상들은 그 경부, 흉부의 교살흔에 대해서 질적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자네는 그 흙색으로 변색한 피부가 쓸려 찢겨져서, 출혈하고있던 피해자의 경부를 떠올려보게. 그러면 극히 유치한 관찰과 추리에 의해서조차, 경부에 끈고랑(索溝:삭구, 끈의 압박에 의하여 피부가 함몰된 상태를 말함.)이 남아있지 않은 점이든, 그 피부의 쓸려 찢긴 방식이든, 제2제3의 찰과상을 입힌 것과 동일한 두껍고 거친 흉기임을 쉽게 긍정할 수 있을거야.

따라서 나는, 이러한 각각의 사실의 검토에서, 내가 분류한 세가지 흉터를 만든 각각의 흉기가, 범행에 사용된 유일한 흉기일거라고 귀납(歸納)하네. 그러므로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그 몇 군데의 찰과상은 격투할 때 현장에 굴러다니던 기묘한 물체에 의해 외부적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범인의 손에서 집요하게 덮쳐오는 뱀같은 흉기에 의해 가해진 것이지. 하지만, 추리를 이후의 과정으로 진행시키기 위해서 가장 흥미깊은 존재는, 그 손바닥에 남겨진 기괴하기 이를데없는 찰과상이야. 설마 자네는, 범인이 줄다리기를 했다던가 말하진 않겠지.

다음으로 그 무수한 가벼운 찰과상이 명백히 격투에 의해 가해진 경상(輕傷)이라는 것은, 확실히 의심의 여지가 없어. 그렇다면 격투는, 따라서 범행은, 어디서 벌여졌는가? 물론, 건물 밖에서 저정도로 확실한 타살의 흔적을 가하면서 살해한 것을, 일부러 운반해서 옥상에서 던져서 추락사로 보이게 하려고 했다던가 하는 넌센스는 믿을 수 없네. 게다가 이 경우 엄중한 문단속의 문제가 있어. 그렇다면 다음으로 백화점 안에서 범행이 벌어졌다는 해석은 어떨까? 이 해석이 긍정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살해되기까지의 격투에서, 한마디도 구조를 청하지 않았다는 놀라운 사실이 있어야 해. 따라서 범행은 마지막 장소, 즉 옥상에서 벌어진 것이 되지. 이 생각은 확실히 평범해. 경찰도 동감하겠지. 하지만 같은 동감이라도 나는 그 단정을 내리기 위해서 적어도 다른 한두가지 문제를 명백히 부정하고 있어. 예를 들면 아까 나는 피해자의 교살치명상의 특징을 봐서, 범인은 여럿 혹은 대단히 강력한 남자라고 단정했지. 그런데 이 중 ‘여러명의 범인’은 지금까지의 내 검토에 의해서 이미 부정되었어. 그런 조직의 숙직원 중에서는, 일단 공모(共謀)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지. 따라서 범인은 강력한 한 사람의 남자라는 결과에 봉착하지. 그 힘 좋은 사람이란 누구인가.”

“꽤나 복잡하게 되었구만.”

쿄스케의 설명을 멍하니 듣고 있던 나는, 결국 그 흥분을 폭발시켜버렸다. 쿄스케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훅 깊게 한번 들이쉬고는,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복잡해졌다? 아닐세. 간단해진거야. 셜록 홈즈 흉내가 되겠지만, ‘모든 부정을 배제하고 남는 것이 긍정이다’라면 어떻겠나. 그리고 범행은 옥상─이 경우 화단에 발자국이 없어떤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지. ─다음으로, 각각의, 특히 손바닥에 남은 기괴한 찰과상, 강한 힘을 가진 범인, 집요한 흉기. 이러한 단서를 기초로 해서, 마지막 조사를 해 보자고. 자, 확대경이라도 하나 사서 한번 더 옥상에 가자고.”

우린 일어나서 식당을 나왔다. 어느새 입장한 손님을 위해서, 주변은 평상시의 웅성거림으로 되돌아오고, 아랫층의 악기매장에서 명랑한 재즈 소리가 갤러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흐름을 타고 느긋하게 들려왔다.

4층의 안경매장에서 중형 확대경을 손에 넣은 우리는, 사람들의 파도를 헤치고 다시 옥상으로 나왔다.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일반 손님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고, 다만 몇명의 담당자가 우리의 침입에 대해서 호기심어린 눈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쿄스케는 미간에 깊은 주름을 새기며 고개를 기울이며 옥상의 구석구석에 예리한 관찰을 던졌지만, 이윽고 나를 재촉해서 사체의 낙하점으로 여겨지는 동북쪽 구석에 오더니, 확대경을 대고 아까보다도 더욱 면밀하게 철책이나 화단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뭔가 결심한듯이 그곳을 떠나더니 이번에는 뭔가 기억을 떠올리듯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면서 서쪽의 호랑이 우리를 향해 걸어갔다. 거기서 쿄스케는, 큰 아프리카산 암호랑이가 싫증난 듯이 낮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잠시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몸을 돌려서 맑게 개인 하늘의 한 구석에 눈길을 주었다. 그리고, 그는 그 두 눈을 생기있게 빛내면서 동쪽의 노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노대에는 지금 막 커다란 회색 애드벌룬이 그 이상한 자태를 드러내고, 유쾌하게 하늘 속으로, 뭉게뭉게 상승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무심코 숨을 들이삼켰다.

그런데, 거기서 내가 놀라고 있을 때,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던 기구 담당인 남자를 붙잡고 쿄스케는 차갑게 심문을 시작했다.

“자네는 오늘 아침 몇시에 여기에 왔지?”

“예, 실은 어젯 밤 좀 날씨가 나빠서 책임상 걱정이 되어,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좀 빨리 6시 반에 출근했습니다.”

롤러의 핸들을 역회전시키면서, 담당인 남자는 붙임성좋게 웃었다.

“그럼 자네는, 6시 반에 이 발코니에 나왔단 말이지?”

“아닙니다. 6시 반이라고 한 건 가게에 도착한 시간이고, 그때부터 그 사건의 소문을 듣거나 시체를 보거나 했기 때문에, 여기에 올라왔을 때는 이미 7시였습니다.”

“그 때, 이 발코니 위에서 뭔가 달라진 곳은 없었나?”

“딱히 알아차린 건 없었습니다. 다만 가스 호스가 난잡하게 던져져 있었고, 벌룬은 굉장히 부력이 줄어서 흐늘흐늘해져 있어서,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이 낮은 곳에서 맴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날씨가 거칠어진 다음에는 자주 있는 일입니다.”

“벌룬은 밤중에도 띄워놓습니까?”

“예, 아래로 내려서 계류시켜 놓는 것이 보통이지만, 날씨에 부주의해서 그대로 놔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벌룬의 부력이 줄었다고 했는데?”

“기낭(氣囊)에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다만 그 구멍은 1개월 정도 전에 한번 수선한 적이 있는 구멍인데─”

“하하하, 그래서 자네는 아까 기낭을 수선하고 있던 것이로군. 그런데, 이 벌룬의 부력은 어느정도 되나?”

“표준기압이라면 600킬로는 충분히 됩니다.”

“600킬로라면 상당한 중량이군. 음, 고맙네.”

질문을 끝내고 쿄스케는 벌룬의 로프에 붙어서 올라가는 오려진 광고문자를 바라보았다.

딱 벌룬이 완전히 상승해서 로프가 팽팽해졌을 때 사법주임이 왔다.

“이야, 여러분 그런 곳에서 심호흡을 하고 계셨습니까! 아니, 물론 괜찮습니다. 그건 그렇고, 어떻습니까? 목걸이의 지문은 역시 피해자 노구치의 것이었습니다. 여기, 이렇게 확실히 검출되었지요.”

이렇게 말하고는 사법주임은 우리들 눈 앞에 7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목걸이를 늘어뜨렸다. 과연, 그 커다란 구슬들 위에는, 두개의 커다란 지문이 확실히 떠올라 있었다.

“호오, 과연 그렇군요.” 쿄스케는 미소지었다.

“그건 그렇고, 죄송합니다만 그 수은과 쵸크를 섞어놓은 어쩌고 가루를, 제게도 좀 빌려 주시지요.”

어리둥절하고 있는 사법주임의 손에서 검출용구를 빌리고는, 롤러에 다가가서 핸들 위에 회색 가루를 능숙한 손놀림으로 뿌리고, 좀 지나서 그 위를 낙타털 솔로 가볍게 쓸어냈다.

“아, 지금 막 생각났는데, 오늘 아침 수선을 위해서 벌룬을 내렸을 때, 가스주입구의 마개가 열린 채였습니다.”

지금까지 뭔가 생각하고 있던 담당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

“마개가 열려 있었다?”

놀란듯이 얼굴을 들고 되물은 쿄스케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지만,

“호오, 대단히 유력한 증거다.”

하고 혼자 중얼거리고는, 다시 원래 자세로 돌아가서, 확대경으로 핸들 표면을 조사하면서, 담당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는 오늘 아침 장갑을 안 끼고 이걸 만졌나?”

“예, 처음에 벌룬을 내릴 때는, 수선을 위해서 급히 내렸기 때문에─”

그리고 쿄스케는, 목걸이를 사법주임의 손에서 빌려와서, 핸들 위에 검출된 지문과 목걸이의 지문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나도 쿄스케의 옆에 쭈그려앉아서, 양쪽의 지문을 열심히 비교해보았다. 하지만 두 지문은 각각 전혀 별개의 것이라는 것을 나는 눈치챘다.

“자아, 자네도 눈치챘겠지? 보라구. 이 핸들 위에는 이 사람의 지문 이외에, 이 목걸이의 지문, 즉 피해자의 지문은 전혀 보이지 않아. 이걸로 됬어. 자, 벌룬을 조용히 내려 주십시오.”

쿄스케의 말에, 담당인 남자는 일순 미심쩍어하는 표정을 보였지만, 곧 장갑을 끼고, 롤러의 핸들을 돌리기 시작했다.

1피트. 2피트. ─벌룬은 조용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쿄스케는 확대경을, 감겨가는 로프에 다가가서 예리한 시선을 그 위에 주고 있었다. 하지만, 곧 35,6피트나 감겼으려나 하고 생각했을 무렵, 벌룬의 하강을 중지시키고, 사법주임에게 말을 걸었다.

“범인을 찾았습니다─”

쿄스케의 이 말에 적지 않게 놀란 우리는, 쿄스케가 가리킨 두꺼운 삼 로프의 일부에, 깊게 물들어있는 소량의 검붉은 혈흔을 발견했다.

“이것이 즉 피해자의 경부의 교상(絞傷)에서 흘러나온 혈흔입니다. 자, 이제 벌룬의 용건은 끝났습니다. 올려주세요…… 아, 일단 기다려주십시오. 전부 내려주세요. 하나 잊어버리고 있었어. 맞았을지 틀렸을지, 일단 확인해보고 싶으니까요.”

담당 남자는, 어리둥정하면서도 다시 크랭크를 돌렸다.

사법주임은 극도의 흥분 때문에 이를 딱딱 울리면서, 조용히 내려오는 벌룬과, 쿄스케의 옆 얼굴과 그리고 담당 남자의 거동을 번갈아 비교해보면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윽고 벌룬이 완전히 내려오고, 그 귀여운 천체같은 모습을 우리 머리 위에 멈춰서자, 쿄스케는 가스주입구의 마개를 열고 그 안에 가는 손목을 집어넣어, 잠시동안 기낭의 아랫부분을 휘저었지만, 곧 아름다운 목걸이를 하나 꺼냈다.

“배짱도 좋은 녀석이군!”

사법주임이 담당 남자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기다려 주십시오. 잘못 고르신겁니다. 범인은 벌룬입니다. 이 경기구입니다. 자, 이것을 봐 주세요.”

쿄스케가, 가스 주입구의 고정핀, 마개, 새롭게 발견된 목걸이에 아까의 ‘회색가루’를 뿌리고 솔로 털어내자, 셋 모두에 같은 종류의 지문 몇개가 순식간에 검출되었다.

“보십시오. 이 사람의 지문은 아니지요?”

“흠, 확실히 피해자 노구치 타츠이치의 지문이다.”

사법주임은 마치 여우에게 홀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쿄스케는 내 쪽으로 돌아섰다.

“자네, 미안하지만 중앙기상대에 전화를 걸어서 어젯 밤의 도쿄지방의 날씨를 물어봐주게.”

쿄스케가 명하는대로 6층에 내려선 나는, 거기의 전화실에서 임무를 끝내고, 결과를 노트에 기입하고 다시 옥상으로 돌아왔다. 쿄스케는 내가 건넨 노트를 받아들고는,

“음, 고마워. 754밀리의 저기압과 남서의 강풍인가. 자, 이제 용건은 끝났으니 벌룬을 올려주십시오. 그러면, 지금부터 결론을 설명하도록 하지요.”

말을 끝내고 쿄스케는, 상승해가는 벌룬을 올려다보면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는 아까, 첫번째로, 범인은 숙직원 이외의 강력한 남자라는 것, ─이 경우 문단속이 엄중했던 것을 고려해 둬야지─. 두번째로, 범행은 옥상에서 일어났다는 것, ─이 경우 화단에도 철책에도 타일바닥 위에도, 어떤 종류의 흔적도 없었다는 소극적인 단서에 유의해야겠지─. 세번째로, 범죄에 사용된 유일한 흉기가, 굴곡이 자유로운 길고 조잡한 표면을 가진 물체, 단적으로는 그물모양의 것이라는 것, 네번째로, 범죄의 동기가 결정적이지 않다는 기초지식의 파악에 성공했습니다. 거기서 나는 이러한 재료를 시작으로 삼아서, 극히 엄격한 비판 아래에서, 가능한 한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동해서, 새로운 종합적인 추리로 나아갔습니다. 곧 나는, 이 벌룬의 로프를 흉기로 하는, 아직 상당히 조잡하기는 하지만 어느 한가지의 추정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그 조잡함을 극복하기 위해 이 발코니에 와서, 나의 대략적이고 조잡한 결론을 가공하고 정리할만한 새로운 재료의 수집을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쿄스케는, 일단 말을 끊고, 다시 벌룬을 돌아보면서, 한층 소리를 높여 말하기 시작했다.

“즉, 그저께의 밤 영업중에, 두개의 목걸이를 훔친 노구치 타츠이치군은, 당연히 벌어질 신체검사나 건물 전체의 엄격한 수색을 예상하고 가장 안전한 장소, 즉 벌룬의 바닥에 그 목걸이를 숨겨놓은 것입니다. 물론 자네는”

하고, 담당 남자를 보면서, “야간에 벌룬의 감시는 하지 않았겠지? 좋아. 그리고 어젯 밤, 아마 숨겨놓은 목걸이가 걱정되었겠지요, 숙직담당이던 피해자는, 취침 전 10시 경, 벌룬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 옥상에 올랐습니다. 거기서 그는, 구멍이 뚫린 벌룬이 부력이 감소했기 때문에 흐늘흐늘 내려올 것 같은 것을 발견하고 크게 놀라서, 급히 힘으로 로프를 끌어당기기 시작했습니다. 부력이 감소했다고는 해도, 가스가 완전히 차 있으면 600킬로의 부력을 가지는 벌룬입니다. 피해자는 손바닥에 여러개의 굳은살을 만들면서, 정신없이 벌룬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가스주입구의 마개를 열고, 아마 한번은 숨겨놓은 물품의 안전을 확인했을 것입니다. 물론 아직 사건의 열기가 다 식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물품을 빼내는 위험은 피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스 호스를 붙이고, 수소가스의 보충을 시작합니다. 가스가 충만해짐에 따라, 벌룬의 부력은 증가합니다. 이 경우, 피해자는 중대한 과실을 범하고 있습니다. 즉, 처음에 벌룬을 내릴 때 놀란 나머지 서둘렀기 때문에 롤러를 쓰지 않고 직접 손으로 잡아당겨 내려버린 것입니다. 이 추정에 대한 반증은, 오늘 아침 급히 맨손으로 핸들을 잡은 이 담당자분의 지문 이외에, 피해자의 지문이 검출되지 않는 한 무력합니다. 따라서, 가스 주입구의 고정핀 및 로프를 손으로 눌러가며 가스의 보충을 하고 있던 피해자는, 가스가 가득 찬 벌룬의 부력이 증가함에 따라, 처음으로 롤러를 사용하지 않았던 과실을 눈치챈 것입니다. 아마 대단히 놀란 그는, 급히 로프를 롤러의 어딘가에 걸어서, 벌룬의 상승을 막아보려고 서둘렀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력이 증가한 벌룬은, 가스 호스를 던져버리고, 마개가 열린 채로 용서없이 상승을 시작합니다. 피해자는 정신없이 그 상승을 견제합니다. 자기 몸이 끌려올라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로프를 잡은 양손에 힘을 줍니다. 하지만 두껍고 거친 로프는 헛되게도 그의 손바닥에 무수한 찰과상을 남긴 채, 점점 올라갑니다. 오려낸 광고문자도 이미 날아올랐을 무렵, 아까 피해자가 범했던 과실이, 여기에서 무서운 결과를 불러옵니다. 즉, 피해자가 손으로 당겨서 발 밑에서 사리를 틀고 있던 로프가, 소동을 피우고 있던 피해자의 몸에, 자연스럽게 휘감긴 것입니다. 물론, 그는 정신없이 격투를 계속합니다. 하지만 로프는 그의 몸의 곳곳, 예를 들면 어깨, 하악부, 팔꿈치 등의 노출된 부분에 무수한 가벼운 찰과상을 주고, 잠옷의 한두군데를 찢고, 결국에는 경부와 흉부에 휘감깁니다. 움직일 수 없게 된 피해자의 몸은, 그대로 하늘로 끌려올라갑니다. 벌룬이 타성적으로 완전히 상승해서 로프가 강하게 당겨졌을 때, 그의 호흡은 멈추고, 늑골은 부러지고, 경부의 피부는 쓸려 찢겨져서 출혈합니다. 노구치 타츠이치군은, 문자 그대로 천국으로 올라간것입니다. 그리고─”

쿄스케는, 아까 내가 건낸 노트에 눈길을 주고,

“오전 0시부터 2시 반까지, 도쿄지방을 통과한 753밀리의 저기압과 강한 남서풍은, 벌룬을 수직상승선에서 동북쪽으로 밀어냅니다. 구멍이 뚫려있던 벌룬은, 저기압의 통과와 맞물려서, 겨우 그 부력을 줄이고, 로프의 긴장은 풀려서 피하재의 사체는 떨어집니다. 아파트 옥상으로가 아닙니다. 아파트 동북쪽의 노지의 아스팔트 위로입니다. 사체가 떨어졌을 때의 진동에 의해, 기낭의 안쪽에 들어가 있던 목걸이 하나가, 마개가 열린 채이던 가스주입구에서 죽은 사람의 뒤를 따릅니다. 마지막으로, 물론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교살에 의한 시체의 혈액은 비교적 장시간에 걸쳐 유동상태를 유지하는 법이니까, 사후 수시간이 지나서야 로프에서 떨어진 시체라고 해도, 파괴된 두부(頭部)의 상처에서 아스팔트 위로, 생생하게 출혈됩니다─”

말을 끝내고 쿄스케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9월의 아름다운 푸른 하늘 속에서, 선명하게 떠오른 꿈 같은 벌룬은, 이 백화점의 기묘한 교수형집행인은, 때마침 불어운 미풍에 아랫배를 작게 떨면서, 둥실둥실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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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체(女体)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

 

  양모(楊某)라는 중국인이, 어느 여름 밤 너무나 더워서 눈이 뜨여, 턱을 괴고 엎드려서 부질없는 망상에 빠져있으니, 문득 한마리의 벼룩이 침상가를 기고있는 것을 알아챘다. 방 안에 밝힌 어둑한 등불에 벼룩은 작은 등을 은가루처럼 빛내면서, 옆에서 자고 있는 아내의 어깨를 향하여 꾸물꾸물 기어가는 것 같다. 아내는, 알몸으로, 아까부터 양모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편안한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양모는 그 벼룩의 굼뜬 걸음을 바라보면서, 이러한 벌레의 세계는 어떨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자신이 두걸음이나 세걸음에 갈 수 있는 곳도, 벼룩은 한시간이나 쓰지 않음ㄴ 갈 수 없다. 그것도 그렇게 돌아다니는 곳이, 기껏해야 침상 위 뿐이다. 자신도 벼룩으로 태어났다면, 꽤 지루할 것이다.……

  그런 것을 막연히 생각하고 있으니 양모의 의식은 점차 몽롱해졌다. 물론 꿈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또 생시도 아니다. 단지, 묘하게 황홀한 마음 속으로 잠기는 것도 아닌 것 처럼 잠겨 가는 것이다. 그것이 이윽고 퍼뜩 눈을 뜬 것 처럼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하니, 어느새 양모의 혼은 벼룩의 몸에 들어가서, 땀냄새나는 침상 위를, 꿈틀거리면서 걷고 있다. 양모는 너무나 의외라서, 무심코 망연히 멈춰섰다. 하지만, 그를 놀라게 한 것은 그것 하나 뿐만은 아니다.─

  그가 갈 곳에는, 높은 산 하나가 있었다. 그것이 또 저절로 둥그스름함을 따뜻이 품고, 눈이 닿지 않을 정도로 위쪽에서, 눈 닿는 곳의 침상 위 까지, 큰 종유석처럼 늘어져 있다. 그 침상에 닿아있는 부분은, 안에 화기(火氣)를 품고 있는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옅은 붉은 빛 석류열매 모양을 빚고 있지만, 그것을 빼면, 산 한둘레, 어디를 봐도 하얗지 않은 곳은 없다. 그 하얌이 또 응지(凝脂)처럼 부드러움이 있는, 매끄러운 색의 하얌으로, 산허리의 완만한 패임 조차, 마치 눈[雪]에 비치는 달빛처럼 희미하게 푸른 그림자를 띠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빛을 받고 있는 부분은, 녹아내릴 것 같은 대모갑색 광택을 띠고, 어떤 산맥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활모양의 곡선을 아득한 하늘 끝에 그리고 있다.

  양모는 경탄으로 눈을 크게 뜨고서 이 아름다운 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산이 그의 아내의 가슴 하나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의 놀람은 도대체 어느정도 였을 것인가. 그는 사랑도 증오도, 내지는 또 성욕도 잊고, 이 상아의 산 같은 거대한 유방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너무나 경탄하여 침상의 땀냄새도 잊은 것인지, 언제까지고 굳어진 것 처럼 움직이지 않았다.─양모는 벼룩이 되어 처음으로, 아내의 육체의 아름다움을 여실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예술가에게 있어서, 벼룩처럼 보아야 할 것은, 다만 여체의 아름다움 만은 아니다.

(타이쇼(大正) 6년 9월)

 

 

http://www.aozora.gr.jp/cards/000879/card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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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片恋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

 

  같이 대학을 나온 친한 친구 한명을 어느 여름날 케이힌덴샤(京浜電車[각주:1]) 안에서 만났더니,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요 사이에 회삿일로 Y에 갔을 때의 이야기야. 그쪽에서 연회를 열어서, 나를 초대해 준 적이 있지. 어쨌든 Y이므로, 토코노마에는 석판인쇄한 노기(乃木) 대장의 족자가 걸려 있고, 그 앞에 모란 조화(造花)가 꽃꽂이되어 있는 모습이지만 말야. 저녁때부터 비가 와서 사람 수도 의외로 적었기에 생각보다 느낌이 좋았어. 그 위 2층에도 다른 연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것도 다행히 그 고장의 성격답지 않게 소란스럽지 않아. 그런데 그중, 작부중에 ─자네도 알고 있겠지. 우리가 옛날 자주 마시러 갔던 U의 여자 중에, 오토쿠(お徳)라는 여자가 있었어, 코가 낮고, 이마가 꽉 찬, 거기 중에서 장난꾸러기 같았던 녀석이야. 그녀석이 말야, 들어가 있는거야. 기생차림으로, 술병을 들고, 다른 동료들처럼 새침하게 얌전한 척 하면서. 처음엔 나도 잘못 봤다고 생각했지만, 옆에 온 것을 보니, 오토쿠가 틀림없어. 말할 때 턱이 움푹 패이는 버릇도 옜날대로였지. ─나는 실제로 무상함을 느껴버렸지. 저이도 원래는 시무라(志村)의 짝사랑 상대 아니겠나.

  시무라녀석, 그 때는 대단히 진지하게, 아오키도(青木堂)에 가면 작은 페퍼민트 병을 사 와서, '달콤하니 먹어 보렴.'같은 말을 했었지. 술도 달았지만, 시무라도 달콤했어.

  그 오토쿠가, 지금은 이런대서 물장사를 하고 있는거야. 시카고에 있는 시무라가 들으면 어떤 마음이 들지. 그렇게 생각해서 말을 걸려고 했지만 그만뒀어. ─오토쿠말야. 전에는 니혼바시에 있었습니다 정도의 일은,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니야.

  그러자 그쪽에서 말을 걸었어. "꽤 오랜만이네. 내가 U에 있을 때 뵌게 끝이었으니까. 당신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어."같은 말을 해. ─오토쿠 녀석. 왔을 때 부터 이미 취해있었어.

  하지만 아무리 취했어도, 오랜만이기도 하고, 시무라의 건도 있었으므로,  대단히 할 이야기가 많았겠지. 그러자 녀석이, 다른 일행이 억측하는 것을 연회의 체면으로 이해한 안색으로, 왁자지껄하게 떠드는거야. 어쨌든 주최자가 앞장서서 낱낱이 자백하지 않는다면 자리를 뜨게 하지 않겠다고 말하니 형편이 좋지 않아. 거기서, 나는 시무라의 페퍼민트 얘기를 하고, '이 녀석이 내 친구에게 팔꿈치를 먹인 여자입니다.'─바보같았지만, 그렇게 말했어. 주최자도 이미 나이를 많이 먹어서 말야. 나는 처음부터 숙부에게 끌려가서 요정에 갔다는 격이었지.

  그러자, 그 팔꿈치 운운으로, 또 함성이 오는게 아닌가. 다른 게이샤까지 함께해서 오토쿠 녀석을 놀렸어.

  그런데 오토쿠, 그러니까 후쿠류(福竜) 녀석이 알지를 않아. ─후쿠류가 좋겠지. 팔견전(八犬伝)의 용의 강역(講釈) 중에, '우락(優楽)이 자유로운 것을 후쿠류로 이름붙이니'라는 구절이 있어. 그래서 이 후쿠류는, 우락이 많이 자유롭지 않으니 이상하지. 하기야 쓸데없는 얘기지만.─그 모르는 말투가 또 굉장히 로지컬했어. "시무라씨가 제가 반했다고 해서, 제가 반해야만 하는 의무는 없사와요"라고.

  그리고 더 있어. "그것이 그렇지 않았다면, 저도 오래 전에 더 좋은 세월이 있었어요."

  그것이 이른바 짝사랑의 슬픔이었다는군. 그리고 그 끝에 익샘플이라도 들 생각이었겠지. 오토쿠 녀석. 묘한 주책을 떨기 시작했어. 자네에게 들려주려고 한 건 그 주책이야. 어차피 주책이니 재밌지는 않아.

  그것이 참 신기하지. 꿈 얘기와 사랑 얘기는 들어도 질리는 일이 없어.

 (거기서 나는, '그건 당사자 이외엔 재미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야.' 라고 말했다. '그런 소설을 쓰는데도 꿈과 사랑얘기는 어렵다는 것이로군.' '적어도 꿈은 감각적인 만큼 더욱 그런 것 같아. 소설 안에 나오는 꿈도, 진짜 꿈같은 것은 거의 하나도 없을 정도지.' '하지만 연애소설의 걸작은 많이 있지 않나?' '그만큼 후세에 남지 않을 태작의 숫자도 상상이 간다는 거야.')

  그렇게 잘 아니 꽤나 든든하군. 어차피 이것도 그 태작 중의 태작이야. 어쨌든 오토쿠의 말투를 흉내낸다면, '뭐 저의 짝사랑이라는 것'이니까 말야. 기껏해야 그정도로 들어주게.

  오토쿠가 반한 남자는 배우야. 그녀석이 아직 아사쿠사(浅草) 타와라마치(田原町)의 부모 집에 있을 무렵에, 공원에서 첫눈에 반했다는군. 이렇게 말하면 자네는 미야토자(宮戸座)나 토키와자(常盤座)의 하급 배우라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그렇지가 않아. 애초에 일본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틀렸네. 서양놈 배우야. 아마 한도(半道[각주:2])라고 했으니까, 웃기는 일이지.

  그런 주제에 오토쿠는 그 남자의 이름도 모르고 주소도 몰라. 그 뿐인가, 국적조차 모르는 거야. 유부남인지 독신인지─그런건 물론 물어봐야 의미가 없지. 이상하지? 아무리 짝사랑이라도 너무나 바보같아. 우리가 와카타케(若竹[각주:3])에 다니던 때도 가령 하는 이야기는 모를지라도 상대는 일본인이고, 예명(藝名)이 쇼기쿠(昇菊)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 ─그렇게 말해서 내가 놀렸더니, 오토쿠 녀석, 정색을 하고 "그야 저도 알고싶었어요. 하지만 모르니까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어쨌든 막 위서 만날 뿐인걸요."하고 말했어.

  막 위라니 묘한거야. 막 안에서 라고 말한면 알겠지만 말야. 그래서 이것저것 물어보니, 그 연인될 사람은, 활동사진에 비치는 서양의 배우였다는 거야. 이건 나도 놀랐어. 과연 막 위에서라는 것은 틀림 없더군.

  다른 사람들은 결말이 재미 없었다고 생각했나봐. 개중에는 '헹, 사람을 놀리다니'같은 말을 하는 사람도 있어. 선창이니까 인심이 사납지. 하지만 보기엔 아무래도 오토쿠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도 생각할 수 없어. 어쨌든 눈은 꽤 침울해졌으니 말이야.

  "매일 가고 싶어도, 용돈이 그렇게 되지도 않지요. 그래서 전, 겨우 일주일에 한편씩 가서 봤어요.'─이건 괜찮은데, 그 다음이 흔들려. '한번은, 어머니에게 부탁해서 겨우겨우 봤더니, 만석이라 옆의 구석진 곳밖에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그러자 모처럼 그 사람의 얼굴이 비쳐도, 묘하게 납작하게밖에 보이지 않는거에요. 전 슬퍼서, 너무 슬퍼서."─앞치마를 얼굴에 대고 울면서 말하는거야. 그야 연인의 얼굴이 장막처럼 납작해져 보이면 슬프겠지. 이건 나도 동정했어.

  "어쨌든지 열두세번 그 사람이 다른 배역을 하는 걸 봤어요. 얼굴이 길고, 마르고, 수염이 있는 사람이었어요. 대체로 검은, 당신이 입고 계신 것 같은 옷을 입고 있었던가요." ─나는 모닝코트였어. 좀 전에 당했으니까, 기선을 제압해서 '닮지는 않았나?'하고 말하니, 새침을 떼면서 '더 멋진 남자'라는거야. '더 멋진 남자'는 어렵지 않나.

  "어쨌든 당신, 막 위에서 만날 뿐이지요. 그쪽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말을 건다던가, 눈으로 마음을 알리린다던가 할 수 있지만, 그런 걸 하더라도 사진이라면." 덤으로 활동사진이야. 몸에 지니고 있으려 해도 갈 수 없는 것이지. "사모하고 사모받는다고 말하지만요. 사모받지 않는 사람이라도, 사모받도록 만들수는 있겠지요. 시무라씨도 제게 자주 파란 술을 가지고 와 주신 것 처럼. 그런데 저는 사모받도록 만들수도 없어요. 너무나 불행하지 않습니까." ─지당한 말이지. 이건 웃기는 와중에도 측은해졌어.

  "그때부터 게이샤가 되고 나서도, 손님을 데리고 나다면 자주 활동사진을 보러 갔습니다만, 어찌 된 일인지, 그 사람이 활동사진에 나오지 않게 되어버렸어요. 언제 보러 가도, '메이킨(名金)'이니 '지고마(ジゴマ)'이니 하는 보고싶지도 않은 것만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결국엔 저도, 이건 이미 연이 없구나 하고 완전히 포기해버렸습니다. 그것이 당신……"

  다른 사람들이 상대를 해주지 않으니까, 오토쿠는 나 한명을 붙잡고 떠들고 있는거야. 그것도 반쯤 우는 목소리로 말야.

  "그것이 당신, 이 고장에 와서 처음으로 활동사진을 보러 간 밤에, 몇년만에 그 사람이 활동사진에 나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어딘가 서양 마을이겠지요. 이렇게 포석이 있고, 한가운데에 뭔가 벽오동같은 나무가 서 있는거에요. 양쪽은 쭉 서양관이고요. 단지, 사진이 낡은 탓인지, 전부 저녁처럼 어렴풋하게 노래서, 그 집이나 나무가 모두 부들부들 떨리고 있고─그야 쓸쓸한 경치입니다. 거기에, 작은 개를 한마리 끌고, 그 사람이 당신 담배연기를 내뿜으면서 나왔어요. 역시 검은 옷을 입고, 지팡이를 짚고, 내가 아이였을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대충 10년만에 연인과 마주친거야. 상대는 사진이니까 바뀌지 않았지만, 이쪽은 오토쿠가 후쿠류가 되어 있지. 그렇게 생각하면 불쌍해.

  "그렇게 해서, 그 나무가 있는 곳에, 잠깐 멈춰서, 이쪽을 보면서, 모자를 벗고 웃는거에요. 그것이 제게 인사를 하는듯이 보이는게 아니겠어요. 이름을 안다면 부르고 싶었어……"

  불러 봐라. 미친사람이라고 다들 생각하겠지. 아무리 Y라도, 아직 활동사진에 반한 게이샤는 없을 거야.

  "그러자, 건너편에서, 작은 여자 외국인이 한명 걸어와서, 그 사람에게 달라붙은거에요. 변사의 이야기로는, 이 사람이 그 사람의 정부(情婦)라는군요. 나이를 먹은 주제에, 큰 깃털같은걸 모자에 붙여서, 그렇게 불쾌할수가 없을거에요."

  오토쿠는 질투한거야. 그것도 사진이 아닌가.

  (여기까지 얘기하자, 전차가 시나가와에 왔다. 나는 신바시에서 내릴 몸이다. 그것을 안 친구는, 다 말할 수 없는 것을 우려한 듯, 가끔 시선을 창 밖으로 던지며서, 꽤 급한 어조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래서, 활동사진은 여러가지 일이 있고, 결국 그 남자가 순사에게 잡히는데서 끝난다고 하더군. 뭘 해서 잡혔는지 오토쿠는 자세하게 얘기해 주었지만, 공교롭게도 이젠 기억나지 않아.

  "수많은 사람이 달라붙어서 그 사람을 묶어버리는 거에요. 아니요, 그때는 이미 아까의 거리가 아니었어요. 서양의 술집인지 뭐인지이겠지요. 술병이 쭉 늘어서 있고, 구석에는 큰 앵무새 새장이 하나 걸려 있어요. 그것이 밤으로 보여서, 어디든지 전체가 파랗게 되어있었습니다. 그 파란 속에서─저는 그 사람의 울 것 같은 얼굴을 그 파란 속에서 보았어요. 당신도 본다면, 분명 슬퍼질거에요. 눈에 눈물을 머금고, 입을 반쯤 벌리고……"

  그러자, 호루라기가 울리고, 활동사진이 사라져 버렸어. 그 다음은 하얀 막 뿐이야. 오토쿠 녀석의 말이 멋져,─'모두 사라져버린거에요. 사라져서 허무하게 되었구나. 어차피 뭐든지 그런 것이지.'

  이것만 들으면, 크게 깨달은 것 같지만, 오토쿠는 울다가 웃으면서, 내게 비아냥이라도 하는 듯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어. 그건은 나쁘게 말하면 히스테리야.

  하지만, 히스테리라도, 묘하게 진지한 데가 있었던가. 어쩌면, 사진에 반했다는 건 만들어낸 이야기고, 사실은 누군가 우리 무리에게 짝사랑을 하고 있었을지도 몰라.

  (둘이 탄 전차는, 이 때, 황혼의 신바시 정차장에 도착했다.)

(타이쇼 6년 9월 17일)

 

 

http://www.aozora.gr.jp/cards/000879/files/74_15176.html

  1. 2차 대전 전의 케이힌토호쿠센(京浜東北線)이 도쿄 이북으로 운행을 개시할 때 까지 동선(同線)을 운행하던 전차 [본문으로]
  2. 한도가타키(半道敵). 가부키등에서 골계미가 있는 적역(敵役) [본문으로]
  3. 도쿄에 있던 연예장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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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列車)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1925년에 우메바치(梅鉢)공장이라는 곳에서 제조된 C51형의 그 기관차는, 같은 공장에서 같은 무렵 제작된 삼등객차 3량(輛)과, 식당차, 이등객차, 이등침대차 각각 한량씩과, 그 외에 우편이나 짐같은 화물차 3량해서 합계 아홉개의 상자와, 대충 200명쯤 되는 여객(旅客)과 10만을 넘는 통신(通信)과 거기에 얽힌 수많은 가슴아픈 이야기를 싣고, 비오는 날도 바람부는 날도 오후 두시 반이 되면 피스톤을 울려가면서 우에노(上野)에서 아오모리(青森)를 향해 달렸다. 때때로 만세(万歳)의 규환(叫喚)을 받거나, 손수건으로 이별을 아쉬움을 받거나, 또는 오열(嗚咽)로 불길한 전별을 받는 것이다. 열차번호는 103.

  번호부터 기분이 나쁘다. 1925년부터 지금까지, 8년이나 지났지만 그 사이에 이 열차는 수만명의 애정을 갈라놓았다는 것인가? 실제로 내가 이 열차 때문에 대단히 심한 꼴을 맞았다.

  바로 작년 겨울. 시오타(汐田)가 테츠(テツ)씨를 고향에 되돌려보냈을 때의 일이다.

  테츠씨와 시오타는 같은 고향에서 어릴 때부터 알았던 사이라는 듯하고, 나도 시오타와 고등학교의 기숙사에서 한방에서 자고깨고 한 관계라서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이 연애이야기를 들었다. 테츠씨는 빈곤한 집안의 딸이기 때문에, 좀 유복한 시오타의 집에서는 둘의 결혼은 허락해주지 않아서, 그때문에 시오타는 그의 아버지와 몇번이나 가열찬 말다툼을 했다. 그 최초의 싸움 때, 시오타는 졸도할 것 같이 흥분해서, 결국 방울방울 코피를 흘렸다고 하는데, 그런 우직한 삽화(挿話)조차 나이어린 나의 가슴을 이상하게도 두근거리게 했다.

  그러던 중에 나도 시오타도 고등학교를 나와서, 함께 도쿄의 대학에 들어갔다. 그리고 3년 지났다. 이 기간은, 나에게 있어서는 곤란한 세월이었지만, 시오타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듯, 매일을 태평스럽게 지내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처음 얻은 집이 대학의 바로 옆이었기 때문에, 시오타는 입학 당시에야 정말 2,3회 들려 주었지만, 환경도 사상도 소리를 내가면서 이반(離叛)해 가는 둘에게는, 이전처럼 격의 없는 우정은 도저히 바랄 수 없었던 것이다. 내 비뚤어진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혹시 그때 테츠씨의 상경만 없었더라면, 시오타는 분명 영원히 나와 소원해져버릴 작정이었던 것 같다.

  시오타는 나와 사이좋은 교섭을 끊고서부터 3년째의 겨울에, 갑자기 내 교외의 집을 찾아와서 테츠씨의 상경을 알렸다. 테츠씨는 시오타의 졸업을 애타게 기다리다가 혼자서 도쿄로 도망쳐 왔다고 한다.

  그 무렵 나는 어느 무학(無學)의 시골여자와 결혼했었고, 이제와서 시오타의 그 일에 가슴을 두근거리는 등의 그런 젊어진 기분을 차츰 잃어가고 있던 때였기 때문에, 시오타의 느닷없는 내방(来訪)에 약간 허둥대기는 했지만, 그의 그 방문의 저의를 꿰뚫어보는 일을 잊지 않았다. 그런 한 소녀의 출분(出奔)을 지기(知己) 사이에 퍼뜨리는 것이, 그의 자존심을 얼마나 만족시켰는가? 나는 그의 기쁨을 불유쾌하게 느꼈고, 그의 테츠씨에 대한 진실을 의심하기조차 했다. 내 이 의혹은 무참하게도 적중했다. 그는 나에게 한동안 광희(狂喜)하고 감격하여보인 끝에, 미간에 주름을 모으고, 어찌하면 좋을까? 하는 상담을 작은 목소리로 꺼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이미 그런 한가한 유희(遊戯)에는 동정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네도 약아졌군. 자네가 테츠씨에게 옛날만큼의 사랑을 느낄 수 없었다면, 해어질 수 밖에 없겠지. 하고 시오타가 기대하는 대로 솔직히 말해 주었다. 시오타는, 입아귀를 생생하게 미소를 머금고, 하지만, 하고 생각에 잠겼다.

  그로부터 4,5일 지나서 나는 시오타에게 속달우편(速達郵便)을 받았다. 그 엽서에는, 친구들의 충고도 있어서, 서로의 장래를 위해 테츠씨를 고향에 돌려보낸다. 내일 2시 반에 기차로 돌아갈 예정이다. 라는 의미의 내용이 간단히 적혀 있었다. 나는 부탁받지도 않았는데, 테츠씨를 배웅해줘야겠다고 즉시 각오를 굳혔다. 나에게는 그런 경솔한 짓을 쉬이 하는 슬픈 습성이 있었다.

  다음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나는 머뭇거리는 아내를 독촉해서, 함께 우에노역으로 나갔다.

  103호의 그 열차는, 차가운 빗속에서 검은 연기를 뿜어내면서 발차시각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열차의 창문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찾으며 걸었다. 테츠씨는 기관차의 바로 다음 삼등객차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3,4년 전에 시오타의 소개로 한번 만난 적이 있었지만, 그때와 비교해서 보면 얼굴 색이 꽤 하얘졌고, 턱 근처도 볼록하게 쪄 있었다. 테츠씨도 내 얼굴을 잊지 않아 주어서, 바로 열차의 창에서 반신을 내밀고 기쁜듯이 인사를 돌려주었다. 나는 테츠씨에게 아내를 소개해주었다. 내가 일부러 아내를 데려온 것은 아내도 또 테츠씨처럼 빈궁하게 자란 여자이기 때문에, 테츠씨를 위로하는데도 나같은 것 보다 분명 뭔가 적절한 태도나 언사를 취할 것이 틀림없을 것이라는 독단에서였다. 하지만, 나는 보기좋게 배신당했다. 테츠씨와 아내는, 서로 귀부인처럼 인사를 말없이 나눴을 뿐이었다. 나는 어색한 기분이 들어 무슨 부호였는지 객차의 옆에 하얀 페인트로 작게써져있는 스하후(スハフ) 134273이라는 문자 옆을 탁탁 하고 우산대로 쳤다.

  테츠씨와 아내는 날씨에 대해서 두세마디 이야기했다. 그 대화가 끝나버리자, 모두는 마침내 할 것이 없어졌다. 테츠씨는, 창가에 조심스럽게 놓아 두었던 두꺼운 열손가락을 마구 굽히거나 늘리거나 하면서, 한 곳을 줄곧 보고 있었다. 나는 그러한 광경을 보고있을수가 없어서, 테츠씨가 있던 곳에서 살짝 떨어져서, 긴 플랫폼을 어슬렁거렸다. 열차의 아래에서 뿜어진 스팀이 차가운 김이 되어 새하얗게 내 발치를 맴돌았다.

  나는 전기시계 근처에 서서, 열차를 바라보았다. 열차는 비로 완전히 젖어서, 검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3량째의 삼등객차의 창에서, 힘껏 목을 빼고 5,6명의 전송해 주는 사람들에게 떨면서 인사를 하는 검푸른 얼굴이 하나 보였다. 그 무렵 일본에서는 다른 어느 나라와 전쟁을 시작했었는데, 그것에 동원된 병사일 것이다. 나는 봐서는 안될 것을 본 듯한 기분이 들어서, 질식할 것 같이 가슴이 답답해졌다.

  수년 전 나는 어느 사상단체에 약간이지만 관계가 있어서, 이후 얼마 안되어 볼품없는 변명을 하고 그 단체와 헤어져버렸는데, 지금 이렇게 병사를 눈앞에서 응시하면서, 또 창피를 당하고 더럽혀져서 귀향하는 테츠씨를 바라보면서는, 나는 그런 변명이 통할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머리 위의 전기시계를 올려보았다. 발차까지 아직 3분 정도 남아 있었다. 나는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전송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이 발차 전의 3분간 정도로 난처한 것은 없다. 말해야 할 것은 남김없이 다 말했고, 단지 허무하게 얼굴을 보고 있을 뿐이다. 하물며 지금 이 경우, 나는 그 해야 할 말조차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지 않은가. 아내가 더 재능이 있는 여자였다면, 나는 그래도 홀가분했겠지만, 보라. 아내는 테츠씨의 옆에 있으면서도 샐쭉해진듯한 얼굴을 하고 아까부터 입을 다물고 그저 서있기만 하고 있다. 나는 과감히 테츠씨의 창 쪽으로 걸어갔다.

  발차가 임박했다. 열차는 450마일의 노정을 앞에 두고 준비를 취하고, 플랫폼은 술렁거렸다. 내 가슴에는, 이미 남의 처지까지 생각해줄만한 그런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테츠씨를 위로하는데 '재난(災難)'이라는 무책임한 말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아둔한 아내는 열차의 옆벽에 걸린 푸른 철판의, 물방울이 가득 맺힌 문자를 요새 막 배운 어설픈 지식으로, FOR A-O-MO-RI 하고 낮게 읽었던 것이다.

 

http://www.aozora.gr.jp/cards/000035/card3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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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그릇(英雄の器)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

 

  "어쨌든 항우(項羽)라는 남자는, 영웅의 그릇은 아니지요"

  한의 대장 여마통(呂馬通)은 그냥도 긴 얼굴을 한층 길게 하면서 성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얼굴 주변에는 10명 좀 넘는 얼굴이 모두 가운데에 놓인 등화(燈火)의 빛을 받으며 붉은 막영(幕營)의 밤중에 떠올라있다. 그 얼굴이 또한 어느것도 평소같지 않은 미소를 띄우고 있는 것은, 서초(西楚)의 패왕(覇王)의 목을 매단 오늘의 승전의 기쁨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럴까?"

  코가 높고, 안광이 예리한 얼굴이 하나, 이것은 꽤 빈정거리는 미소를 입술 끝에 띄우면서, 줄곧 여마통의 미간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마통은 왠지 다소 낭패한 것 같다.

  "그거야 강하기는 강합니다. 어쨌든 도산(塗山)의 우왕묘(禹王廟)에 있는 석정(石鼎)조차 구부려뜨렸다고 하니까요. 실제로 오늘의 싸움도 그렇습니다. 저는 한때 목숨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좌(李佐)가 죽고, 왕항(王恒)이 죽었습니다. 그 기세를 말로 할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실제 강하기야 강하지요"

  "아항."

  상대의 얼굴은 의연하게 미소하면서, 대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막영의 밖은 잠잠하다. 멀리서 두세번, 각(角)소리가 난 것말고는, 말 우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 와중에, 어쩐지 진 낙엽의 냄새가 난다.

  "하지만 말입니다." 여마통은 일동의 얼굴을 돌아보면서 정말 '하지만'스럽게, 눈을 한번 깜빡였다.

  "하지만 영웅의 그릇은 아닙니다. 그 증거는 역시 오늘의 싸움이지요. 오강(烏江)에 몰렸을 때의 초군(楚軍)은 단지 28기(騎)입니다. 운하(雲霞)같은 아군의 대군을 상대로 싸워봐야 소용은 없습니다. 게다가, 오강의 정장(亭長)은 일부러 마중을 나와서, 강동(江東)을 향해 배로 건너가자고 말했다고 합니다. 혹시 항우에게 영웅의 그릇이 있었다면, 치욕을 감수하더라도 오강을 건넜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권토중래했을 것입니다. 체면같은 것을 신경쓸 상황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영웅의 그릇이라는 것은 계산에 밝다는 건가?"

  이 말에 이어서, 일동의 입에서는 조용한 웃음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여마통은 의외로 꺾이지 않는다. 그는 수염에서 손을 떼고, 약간 몸을 뒤로 젖히고, 코가 높고 안광이 예리한 얼굴을 가끔 슬쩍 보면서, 기세좋게 손짓을 하면서 떠들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 말을 하려는게 아닙니다. ─항우는 말입니다. 항우는, 오늘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28명의 부하 앞에서 '항우를 죽이는 것은 하늘이다. 인력의 부족함이 아니다. 그 증거로, 이만큼의 군세로 반드시 한군(漢軍)을 세번 격파해 보이겠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3번은 커녕 9번이나 싸워서 이겼습니다. 제 말은, 그것이 비겁하다고 생각한다는 건데, 자신의 실패를 하늘에게 뒤집어 씌운다─하늘도 정말 귀찮았을 겁니다. 그것도 오강을 건너서, 강동의 건아를 규합하여, 다시 중원의 사슴을 놓고 싸운 후라면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살 수 있었을 곳에서 죽는 겁니다. 내가 항우를 영웅의 그릇이 아니라고 보는 것은, 계산에 어둡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천명으로 얼버무리려고 한다─그게 안되는 겁니다. 영웅이라는 것은 그런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蕭) 승상(丞相)같은 학자는 뭐라고 말씀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여마통은 자랑스러운 듯이 좌우를 돌아보면서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그의 논의가 지당하다고 생각되었을 것이다. 일동은 서로 가볍게 수긍을 교환하면서, 만족스럽게 침묵한다. 그러자, 그 사이에서, 코가 높은 얼굴만이, 뜻밖에, 일종의 감동을 눈 속에 드러냈다. 검은 눈동자가 열을 가진 것 처럼 빛난 것이다.

  "그런가? 항우는 그런 말을 했는가?"

  "말했다고 합니다."

  여마통은, 긴 얼굴을 상하로 크게 움직였다.

  "약하지 않습니까? 아니, 적어도 남자답지는 않지 않습니까? 영웅이라는 것은 하늘과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지."

  "천명을 알아도 역시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지."

  "그렇다면 항우는─"

  유방(劉邦)은 날카로운 안광을 올리고, 한참 가을을 반짝이는 등화의 빛을 보았다. 그리고, 반쯤 혼잣말을 하듯이, 서서히 이렇게 답했다.

  "그러니, 영웅의 그릇이었지."

 

http://www.aozora.gr.jp/cards/000879/card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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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몽(黄粱夢)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

 

  노생(盧生)은 죽었구나 생각했다. 눈 앞에 깜깜해져서, 아이나 손자가 흐느껴 우는 소리가 점점 먼 곳으로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분동이 발 끝에 붙기라도 한 것 처럼, 몸이 아래로아래로 가라앉아간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무언가에 깜짝 놀라서, 무심코 눈을 크게 떴다.

  그러자 머리맡에는 의연하게, 도사 여옹(呂翁)이 앉아 있다. 주인이 짓고 있던 기장도, 아직 익지 않았다는 것 같다. 노생은 청자베개에서 머리를 들고, 눈을 비비면서 크게 하품을 했다. 한단(邯鄲)의 가을의 오후는, 잎을 다 떨어트린 나무들의 가지를 비추는 햇살이 있어도 어딘지 차갑다.

  "눈을 떴군요." 여옹은, 수염을 씹으면서, 웃음을 억지로 참는듯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예"

  "꿈을 꿨겟지요"

  "꿨습니다."

  "어떤 꿈을 꾸었습니까."

  "어쨌든 정말 긴 꿈입니다. 처음에는 청하(淸河)의 최씨(崔氏)의 딸과 함께였습니다. 아름답고 조신한 여자였던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이듬해, 진사시(進士試)에 급제해서 위남(渭南)의 위(尉)가 되었습니다. 그 후, 감찰어사(監察御史)나 기거사인(起居舎人) 지제고(知制誥)를 거쳐, 술술 풀려서 중서문하(中書門下) 평장사(平章事)가 되었습니다. 참소를 당해 하마터면 죽을 것을 간신히 목숨을 건져서, 환주(驩州)로 유배를 가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그럭저럭 5,6년이나 있었을 겁니다. 이윽고, 원(寃)을 설욕할 수 있던 덕분에 다시 소환되어, 중서령(中書令)이 되어, 연국공(燕國公)에 봉해졌습니다만, 그때는 이미 상당한 나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5명, 손자가 몇십명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어찌했습니까."

  "죽었습니다. 확실히 80을 넘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여옹은, 바라는 대로 되었다는 듯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러면, 총욕(寵辱)의 길도 궁달(窮達)의 운(運)도, 한번씩 맛보고 온 셈입니다. 그걸로 충분합니다. 산다는 것은, 당신이 본 꿈과 그렇게도 다른 것은 아닙니다. 이것으로 당신의 인생의 집착도, 그 열(熱)이 식었을 것입니다. 득상(得喪:얻고 잃음)의 이치도 생사(生死)의 정(情)도 알고나서 보면 하찮은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노생은, 감질나는듯이 여옹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상대가 다짐하는 것과 함께, 청년다운 얼굴을 들어 눈을 빛내며 이렇게 말했다.

  "꿈이기 때문에 더욱 살고싶은 것입니다. 그 꿈이 깬 것 처럼, 이 꿈도 깰 때가 올 것입니다. 그 때가 올 때까지, 저는 진실하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살고싶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여옹은 얼굴을 찌푸린채,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답하지 않았다.

(타이쇼(大正) 6년 10월)

 

http://www.aozora.gr.jp/cards/000879/card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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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23 20:20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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