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없음(自信の無さ)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본지(아사히신문(朝日新聞))의 문예시평(文芸時評)에서, 나가요(長与) 선생님이 제 서툰 작품을 예로 들어서, 현대 신인의 통성(通性)을 지적해주셨습니다. 다른 신인 제군(諸君)에 대해서 책임을 느꼈으므로, 한마디 변명을 해 보겠습니다. 고래로부터 일류의 작가의 것은 작인(作因)이 뚜렷하고, 그 실감이 강하고, 따라서 거기에 무언가 움직이기 힘든 자신을 가지고 있다. 그 반대로 현재의 신인은 그 기본작인에 자신이 없고 흔들리고 있다는 말씀은 실로 정문일침(頂門一針)같이 정확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가지고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자신을 가질 수 없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우리들은 결코 게으름을 피우고 있거나 한 것이 아닙니다. 무뢰(無賴)한 생활도 하지 않습니다. 은밀히 독서도 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노력과 함께 점점 자신이 없어집니다.

  우리들은 그 원인을 이것저것 지적하고, 죄를 사회에 전가하는 것 같은 일도 하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이 세기(世紀)의 모습을, 이 세기대로 솔직하게 긍정하고 싶습니다. 모두 비굴합니다. 모두 기회주의입니다. 모두 '겁쟁이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것을 결정적인 오점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습니다.

  지금은 대과도기(大過渡期)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당분간 자신없음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누구 얼굴을 보던지 모두 비굴합니다. 우리들은 이 '자신없음'을 소중히 여기고 싶습니다. 비굴의 극복에서가 아니라, 비굴을 솔직하게 긍정하는 것 속에서 전례가 없는 훌륭한 꽃이 피는 것을, 저는 기원합니다.

 

http://www.aozora.gr.jp/cards/000035/card456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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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모(容貌)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내 얼굴은 최근 또 한둘레 커진 것 같다. 원래부터 작은 얼굴은 아니었지만 요새 또 한둘레 커졌다. 미남자(美男子)라는 것은, 얼굴이 작고 깔끔히 정돈되어 있는 것이다. 얼굴이 굉장히 큰 미남자라는 것은 그다지 실례(實例)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상상하는 것도 어렵다. 얼굴이 큰 사람은 모든것을 솔직히 포기하고, '당당' 혹은 '장엄' 혹은 '장관'이라는 것에 마음을 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듯 하다. 하마구치 오사치(浜口雄幸)씨는 굉장히 얼굴이 큰 사람이었다. 역시 미남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장관이었다. 장엄하기까지 했다. 용모에 대해서는, 몰래 수양한 적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도 이렇게 된다면 하마구치씨처럼 되도록 수양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얼굴이 커지면, 어지간히 신경을 쓰지 않으면 남들에게 거만하다는 오해를 받는다. 큰 면상 해가지고 대체 뭐라는 거야 등등, 뜻밖의 공격을 받은 일도 있는 법이다. 전날, 나는 신쥬쿠의 어느 가게에 들어가서, 혼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여자아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옆에 다가와서,

  "당신 다락방의 철인(哲人)같네. 쓸데없이 대단해보이도록 꾸미고 있지만 여자한테 인기는 없죠? 아니꼽게, 예술가인척 해도 안된다니까. 꿈을 버리는게 좋겠네. 노래하지 않는 시인이야? 참, 정말! 당신 대단해 . 이런 데 올때는 말야, 일단 치과라도 갔다 와서 오세요다."라고 지독한 말을 했다. 내 이는 뚝뚝 빠져 있는 것이다. 나는 답변이 곤란하여 계산을 부탁했다. 정말 그때부터 5,6일은 외출하고 싶지 않았다. 집에서 조용히 독서했다.

  코가 빨같지 않았다면 좋겠는데, 라고도 생각한다.

 

http://www.aozora.gr.jp/cards/000035/card15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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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코야(砂子屋)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쇼보(書房[각주:1])를 전개하셔서 이제 5주년 기념일을 맞게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쇼보 주인 야마자키 고헤이(山崎剛平)씨는, 저조차도 몰래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한 몽상가입니다. 몽상가가 이 세상에서 성공했다는 전례는 동서고금에 걸쳐서 아직 하나도 없었다고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야마자키씨는 신기하게도 지금 성공하신 것 같은 상태입니다. 야마자키씨의 조부의 유덕(遺德) 덕분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쇼보의 이름인 스나코야는 그의 출생지 반슈(播州)「스나코무라(砂子村)」에서 유래한 것 같습니다. 출생지를 자기 가게의 이름으로 쓴다는 것, 이것은 상당한 야심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향토의 이름을 자신의 맨주먹으로 일본 전국에 널리 알리고, 그 향토의 명예를 일신에 지려고 하는 의욕이 없다면 도저히 자신이 태어난 곳의 이름을 가게의 이름같은 것으로 할 수 없습니다. 옛날, 키노쿠니야 분자에몬(紀の国屋文左衛門[각주:2])이라는 사람도 역시 그같은 의욕을 가지고 키노쿠니야의 이름을 일본 전국에 노래했습니다만, 그 사람은 끝이 별로 좋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야마자키씨에게는 아사미(浅見), 오자키(尾崎) 두분의 진정한 좋은 친구가 있고, 두분 모두 고결준상(高潔俊爽)한 얻기 힘든 큰 인물로 유막(帷幕:본영, 본진, 기밀을 논의하는 곳)의 그늘에서 임기응변하여 도의에 따르며 타당한 좋은 책략을 전수하고, 또 옆에서 미야우치(宮内), 사에키(佐伯) 두분의 신영돈덕(新英惇徳[각주:3])한 두 인물이 있어, 쉬이 그에게 조력해 주고 계신듯 하니까, 아마도 이런 상태라면 이후에도 불안함이 없을것이라 생각합니다. 변함없이 신변의 좋은 친구들의 말을 듣고, 당신의 원대한 낭만을 훌륭하게 만개(滿開)하시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http://www.aozora.gr.jp/cards/000035/card45689.html

  1. 여기서는 출판사 [본문으로]
  2. 에도시대의 상인. 생몰년은 정확하지 않으나 1669?~1734?. [본문으로]
  3. 돈덕(惇徳)이란 덕이 두텁다는 뜻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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