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히고 만 소세키 전기 자료(埋もれた漱石伝記資料)

테라다 토라히코(寺田寅彦)


  쿠마모토 고등학교(熊本高等学校)에서 나츠메(夏目) 선생님의 동료인 S라는 O물학 선생님이 있었다. 이학사(理學士)는 아니었지만 대단히 학식이 있어서, 그 전문 방면에서는 어쨌든 일본 교육의 권위자라는 평판이 이었다.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여러가지 기행(奇行)도 전해졌다. 일본에 딱 둘인가 셋밖에 없는 표본을 여럿 가지고 있다는 자랑을 듣지 못한 학생이 없었다고도 한다. 복장 같은 것에도 무관심해서, 구깃구깃한 옷을 아무렇게나 걸쳐 입고 마을을 돌아다니는 꼴 등은 좀처럼 고등학교의 선생님처럼은 보이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거야 어쨌든 간에, 그 당시 나츠메 선생님과 뭐든간에 잡담을 할 때 이 S 선생님 얘기를 하면 선생님은 “아, S말인가”하고 입을 크게 사각으로 벌려 혀 끝으로 아랫입술을 핥으시고는 했다. 그리고 입을 다물고 나서는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며 큭큭 꽤나 웃기다는 듯이 선생님 특유의 웃음법으로 웃었다. 그럴 때에 선생님은 꼭 얼굴을 조금 붉히고는 왠지모르게 숫된 처녀같은 표정을 지으셨다.

그 선생님의 웃음의 의미를 나로서는 잘 알 수 없었다. 다만 기인(畸人)으로서의 S 선생님의 기행을 떠올리시고 웃으셨을 것이라는 정도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긴 세월이 흘렀다. 나츠메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선생님에 관한 제가(諸家)의 추억담이나 뭔가가 여러 잡지를 장식하고 있을 무렵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느날 뜻밖에도 옛날의 S 선생님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3전우표를 두장인가 세장 붙인 대단히 무겁고 두꺼운 편지를 읽어보니, 거기에는 나츠메 선생님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실로 자세하고 상세하게 쓰여 있었다. 그 편지에 의하면, S 선생님은 어릴 적에 나츠메 선생님 댁 근처에서 살고있던 이른바 장난꾸러기동지였다는 듯, 그 당시의 여러가지 장난의 디테일이 실로 현실적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나는 일찍이 한번도 나츠메 선생님으로부터 그 어린시절의 S선생님과의 관계에 대해서 들은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이 편지의 내용이 정말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 한 것 처럼 예상외로 여겨졌다. 그리고 왠지 이것이 진짜일까 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S 선생님이 의식해서 거짓말을 일부러 쓰실 리도 없으므로, 상세한 부분에서는 기억의 오류나 착각은 있을지언정 대체로 사실임은 틀림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것은 나츠메 선생님에 관한 하나의 자료로서 보존해 두면 후일 꼭 도움이 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당시의 대학 물리학부 물리교실의 내 방의 책상 서랍속에 다른 중요한 편지와 함께 보관해 두었다.

그런데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위궤양에 걸려 휴직하고 틀어박혀버렸기 때문에, 교실의 내 방은 그대로 완전히 먼지가 쌓인 채로 긴 시간동안 방치되었다. 거기에 타이쇼 12년의 대지진이 덮쳐와서 교실의 건물은 대파되고, 붕괴는 면했지만 향후의 지진에서는 위험한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내 병이 다 나아서 출근할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이미 원래 방에는 들어가지 않고 다른 건물의 목조 단층건물인 다른 교실의 한 방을 빌려서 임시로 살게 되었다. 그 때에도 아직 원래 교실의 방은 대부분 옛날 그대로 창고같은 형태로 보존되어 곰팡이와 먼지와 거미집의 지배에 맡겨두었으므로 이 S 선생님의 편지도 줄곧 그대로 서랍 안에서 긴 잠을 자고 있게 된 것이었다.

그 후에 내 생활에는 여러가지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관동대지진 덕에 대학에 지진연구소가 설립됨과 동시에 나는 학부와의 연을 끊고 연구소원으로 전직하여, 한동안은 공학부가 있는 교실의 가건물의 임시사무소에 출입하였고, 연구소의 본 건물이 오나성됨과 동시에 그 쪽으로 이사했다. 이리하여 이리저리 거처를 옮기는 사이에 어찌 된 일인지 원래 방 책상 서랍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요 근래에 ‘B교수의 추억’을 쓸 때에 문득 그 B교수의 편지를 떠올림과 동시에 그 서랍과 S 선생님의 편지를 떠올리게 된 것이지만, 지금은 이미 옛 교실 건물은 완전히 철거되어 버렸고, 옛 책상 같은 것이 어찌 되었는지 행방도 모르는데, 하물며 그 서랍 속의 옛 편지같은 것을 찾아낼 실마리도 없어져 버린 것이다. 실로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S 선생님의 편지 내용을 떠올려보려고 아무리 애를 서 봐도, 이제는 도저히 떠올릴 수 없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아닌데 어린 나츠메 선생님이 어딘가의 담 위에 올라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끼얹어 골려주고는 했다고 말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 뿐이다. 즉 구체적인 사건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다만 그 편지의 전체적인 인상은 선생님이 처치곤란한 악동 중의 악동이었다는 것이었다.

사실이야 어쨌든 어린 시절의 나츠메 선생님이 당시의 S 선생님의 기억 속에서는 그런 인상을 받은 것은 사실일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니까, 더 옛날에 쿠마모토 시절의 나츠메 선생님이 ‘아, S말인가’하고 말하면서 이상한 웃음을 보이신 것도 떠올리게 되어 거기에서 또 여러가지 재미있는 암시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S 선생님이 살아계시기만 하다면 다시 한번 잘 여쭈어봐서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몇 년 전에 돌아가셨으므로, 이미 어찌해도 돌이킬 수 없다. 혹시 S 선생님의 유족 내지는 친밀했던 사람들을 찾아가 물어보고 다닌다면 그 단편이라도 어쩌면 회수할 가망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선생님의 유족이나 혹은 제자들이 생각도 못한 방면에 묻혀있는 자료가 의외로 많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것은 지금 수집하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예로서 또 다음과 같은 것을 떠올리게 된다. 언젠가 선생님과 잡담중에 ‘아무래도 자네의 고향 사람들은 핑계를 대기만 해서 까다로워 어쩔 수가 없다네’하고 반쯤 농담처럼 말씀하신 적이 있다. 아무래도 옛날 기숙사에서 하마구치 오사치(浜口雄幸), 미조부치 신마(溝淵進馬), 오오하라 테마(大原貞馬)라는 세 명의 토사(土佐) 사람과 같은 방이셨던가 옆방이셨던가 계셨던 적이 있어서, 그 때 이 세명이 터무니 없이 큰 소리로 하룻밤 내내 토론만 해서 시끄러워서 곤란하셨다는 것이다.

이 세 분들에게 여쭤보면 혹시 뭔가 학생시절의 선생님의 일면을 그릴 수 있을 만한 일화라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하마구치씨는 돌아가시고, 오오하라씨는 오랫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다. 미조부치씨는 내가 중학교 시절에 ‘라셀라스[각주:1]’를 가르치신 선생님이시며, 그 후 줄곧 고등학교장으로 일하셨으나 이 분도 최근 돌아가셨다.

또 한가지, 내가 학생 시절에 신세를 진 긴자의 어느 상점의 양자가 된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그 사람의 본가는 우시고메(牛込[각주:2])의 키쿠이쵸(喜久井町[각주:3])에 있는데, 그 바로 옆 뒷집인가에 나츠메라는 집이 있었고, 어릴 적 일이라 그 나츠메가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떤 기억도 없지만 그 집의 모습 같은 것은 꿈처럼 기억난다는 것이었다.

이런 종류의 생각지 못한 인연으로 선생님의 생애의 일부와 접촉한 적이 있는 사람이 아직 여러 곳에 얼마든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우리같이 선생님과 친했던 사람들은 대단히 주의하지 않으면 어쨌든 우리들만이 접촉한 선생님의 세계의 일부분을 선생님의 전체 위에 덮어버리고는 우리들에게 좋도록 선생님을 멋대로 만들어버릴 우려가 있다. 의식적으로는 사리사욕 없는 진정(眞情)에서 그리 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선생님께 있어서는 기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선생님의 아군이 아니거나 적이었던 사람들의 방면에서도 숨겨진 전기자료를 얻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적의 증언이 아군의 그것보다도 오히려 당사자의 미점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도 가끔은 있는 일이다.

다만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응용심리학 쪽에서 잘 연구되는 ‘증언의 심리’, ‘추억의 오류’에 관한 충분한 지식을 기초로 하여 그러한 자료의 정리를 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정리는 100년 후에도 할 수 있다. 자료는 하루 늦어지면 영원히 잊혀진다. 나는 이 기회에 나츠메 선생님에 과한 온갖 숨겨진 자료가 수집되어 기록되는 것을 갈망하여 마지 않을 따름이다.


(쇼와 10년 11월 『시소(思想)』)

  1. 새뮤얼 존슨의 소설 [본문으로]
  2. 신주쿠구의 지역명 중 하나 [본문으로]
  3. 도쿄도 신주쿠구에 위치한 쵸의 이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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