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수행기(ゴルフ随行記)

테라다 토라히코(寺田寅彦)


  한참 전부터 M군이 골프를 하자고 권해왔는데, 다소의 유혹은 느꼈지만, 지금까지는 완강히 저항하며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한번 골프장에 같이 가서 견학만이라도 해 보라고 해서, 올해 6월 말의 어느 수요일 오전에 둘이서 코마고메(駒込[각주:1])에서 정액택시[각주:2]를 잡아서 아카바네(赤羽)[각주:3]의 링크로 나갔다. 마른장마로 대표되는 날씨로, 당장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하늘이 요령부득하게 개어서 태양이 내리쬔다기보다도 오히려 공기 자체가 하얗게 빛나는 듯 한 날씨였다.

  진재(震災)전과 비교하여 오우지(王子[각주:4]) 아카바네 일대의 변모가 격심한 것에 놀랐다. 요즘의 도쿄 근교의 모습을 일신시킨 인자(因子)중에서도 가장 유효한 것이라면, 콘크리트 포장도로일 것이다. 도로에 흙이 얼굴을 보이고 있는 곳에는 근대도시가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들 한다.

  아라카와 방수로(荒川放水路[각주:5])의 수량을 조절하는 근대과학적 갑문 위를 지나 둑을 몇 정(1정은 약 109m) 하류로 내려가서 오른쪽에 클럽하우스가 있고, 왼쪽으로는 링크가 펼쳐져 있다.

  클럽 건물은 언젠가 슬쩍 본 적이 있는 아사카무라(朝霞村)의 건물 등과 비교하면 꽤나 검소한 목조 단층건물로, 어딘가 시골의 학교의 운동장에라도 있을법한 인테리어의 느낌이 드는 건물이다. 휴게실의 흙바닥의 벽면에 멤버의 명찰이 죽 늘어서 있다. 핸디캡의 수로 등급별로 나열되어 있다고 하는데, 역시 잘 하는 사람의 수가 적고,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의 수가 많으니 신기하다. 칠판에 경기의 득점표 같은 것이 쓰여 있다. 1등부터 10등까지 상이 나온다. 그렇다면 즐거움이 많을 것 같다. 상품은 다음 일요일에 전달한다고 되어 있다. 인간이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소싯적의 기쁨을 부활시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다.

  M부인이 도착하였으므로 슬슬 나간다.

  일대의 지면보다 한 단 높은 잔디 위에 작은 술잔의 밑을 뚫어 엎어놓은 것 같은 원추형의 받침을 놓고, 그 위에 그 하얗고 예쁜 볼을 올려놓고, 그것을 저 클럽의 머리로 후려치면 특유의 유쾌한 소리가 난다. 날아간 공이 이제 떨어지기 시작하나 했더니 오히려 치솟아간 다음 떨어지는 일이 있다. 부인의 공이 가끔 도중에서 오른쪽으로 커브를 그린다. 공이 빗나가서 둑의 경사면에 떨어지면 벌금이라고 한다.

  강변의 갈대 속에서 끊임없이 개개비가 울고 있다. 초원에는 왜소한 협죽도(夾竹桃)가 딱 한송이 새빨갛게 피어있다. 예쁘게 잘라놓은 잔디 속에 서서 정확히 사출되려하는 하얀 공을 응시하고 있으면 잔디 자체가 자신을 태우고 공중으로 떠오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사병의 징조가 아닌 듯 하다. 어떤 비교의 척도도 없는 온통 녹색의 시계는 우리의 공간에 대한 감각 기관을 무능하게 하는 것 같다.

  도중부터 문과의 N군과 함께하게 되었다. 세명의 플레이가 문외한의 눈으로 보아도 각각 확실한 특징이 있어서 재미있다. 클럽과 공의 충격에 의해 발생하는 소리으 음색까지 각각 다른듯한 느낌이 든다. 과학자인 M군은 인테그랄 이펙트를 노리는 착실한 전법을 취하고 있는 듯 하고, 프랑스문학의 N군은 에스프리와 엘랑의 황홀경을 바라고 드라이브 하고 있는 듯 하고, M부인의 공은 그 근대적 활달함과 명랑함이 있지만 역시 어딘지 여성다운 상냥함과 나긋나긋함을 지니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말버릇이 나쁜 N군이 M부인의 공을 "아무래도 오른쪽으로 자꾸 휘는데"라고 말했지만 곧바로 N군 자신의 공이 오른쪽으로 휘어 아라카와의 물속에 그 모습을 빠트렸다. 부인의 흉중도 스스로 평온을 얻은 것 같다.

  캐디가 종달새의 둥지를 발견했다. 초원의 한가운데에, 어떤 차폐물도 없이 무한한 하늘을 향해 개방된 둥지 안에는 귀여운 알이 다섯개, 그 달갈형의 큰 쪽의 정점을 위로 향하고 머리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 상단 쪽이 현저히 짙은 갈색으로 물들어있다. 그 색이 짙어지면 곧 부화한다고 캐디가 말한다. 빨리 부화하지않으면 만일 누군가의 오른쪽으로 휜 공이 떨어져서, 이 귀여운 다섯 생명의 알은 동시에 으깨져버릴 것 같다. 둥지는 작은 소쿠리모양을 하고 있어서, 생각보다 정교한 세공이다. 이것이야말로 본능적 모성애가 낳은 천연의 예술일 것이다.

  아라카와가 갑자기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더니, 코스가 어느새 180도 회전해서 귀환길이 되었다.

  캐디가 세명, 한명은 스마트하고 한명은 명랑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둘 모두 목덜미의 피부가 구릿빛으로 멋지게 물들어있다. 다른 한 명은 왠지 기운이 없어보이고 목덜미도 그다지 타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물어보니 아직 신참이라는 것 같다. 아직 신참조차도 되지 않은 내 얼굴이 그 날 어땠는지는 나는 모른다. 피곤하지는 않은지 세명이 여러번 물었다.

  이 캐디같은 환경에 놓인 소년은 예를 들면 옛날 혼고 아오키당(本郷青木堂[각주:6])의 어린 점원처럼 대개 묘하게 약삭빨라지는 법이지만, 여기의 아이들은 그런 느낌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 링크의 손님이 대체로 수수하고 성실하며 허세를 부리지 않는 사람이 많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이 캐디 중 한명이 링크의 연못에서 붕어를 한마리 잡아서, 볼을 씻는 사각 수통 안에 넣어놓고, 한바퀴 돌고 온 후에 꺼내러 왔더니 이미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느긋한 세상에서조차도, 자기 손으로 확실히 잡고있지 않는 한 사유물의 소유권은 확정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역시 자기 실력 외에 믿을만 한 재산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골프도 계속 보고 있으니 제법 어렵고 복잡한 기술이라는 것을 조금은 알 듯 하다. 적어도, 단순히 봉의 머리로 공을 때려서 날리는 것 만은 아니라는 것이 겨우 한시간 반동안의 견학으로 잘 안 듯한 느낌이 든다. 이날 M군,N군의 해설을 들은 것으로만 생각해봐도, 모든 예도(藝道)에 공통되는 요령이 골프의 기술에도 요구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마음의 자유, 풍류인 듯 하다.

  인간이 공을 날리거나 굴리거나 하는 유희의 종류가 대체 어느정도인지 셀수가 없을 정도로 있다고 한다. 근대적인 것이라도 골프 외에 테니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이 있고, 지금은 유행하지 않는 크리켓, 크로케나, 실내용으로는 탁구, 당구 그리고 예의 코린트 게임까지 있다. 옛날 일본에서도 테마리(手鞠[각주:7])나 다큐(打毬[각주:8])나 축국(蹴鞠[각주:9])은 꽤 오래되었다는 것 같다.

  인간뿐인가 하고 생각하면, 고양이 등이 기쁘게 종이를 뭉친 볼을 굴리는 것이, 어떤 직접적 이득이 되는 목적이 있어서 한다고는 생각되지 않으므로, 역시 스포츠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은 결과적으로 보면 쥐를 잡거나 할 때에 필요한 운동의 민활함을 수련하는데에 유효할지도 모른다. 가축의 똥을 뭉쳐서 볼을 만들어 굴리는 쇠똥구리가 있다. 그것은 생활의 자원를 운반하는 노동이겠지만 어쨌든 인간이 보면 일종의 구기이다.

  물개는 코 끝에 공을 올려놓는 곡예가 능란하다. 그것은 이 동물에게 있어서는 그저 주인인 조련사에게 포상으로 신선한 생선 한마리를 받기 위한 노동에 지나지 않겠지만, 오락을 위해 입장권을 사서 들어간 관객의 눈에는 훌륭한 하나의 구기로 감상될 것이다. 신기한 것은 이 동물에게 그러한 곡예를 습득할 수 있는 소질이 어째서 갖추어져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들의 자연속의 생활에 어떤 이것과 닮은 소행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일어난다.

  동물의 경우에는 그들의 구기는 직접간접적으로 먹기 위한 노역이다. 인간의 경우에는, 구기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별개로, 보통은 어쨌든 비생산적인 유희이며, 일상생활의 일에서의 애보케이션(avocation)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실로 간단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그것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이 여러가지 공을 가지고 놀게 된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것에는, 더욱 깊고 근원적인 기원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면 인간의 문화의 서광시대(曙光時代)에 우리의 선조의 또 선조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했던 기술과 인과의 연쇄 속에 살짝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공상이 일어나지 못할 것도 없다.

  혹시나, 그렇다고 가정한다면, 옛날에는 배를 채우기 위해 사용되었던 공이 지금은 배를 고프게 하기 위해 사용되는 셈이다.

  아카바네의 링크 한나절의 청유(淸遊)에서 돌아오는 길에, 정액택시에 흔들리는 중에 이런 공상이 백일몽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었다.


  덧붙여서,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행동은 동물계에서도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지만, 다만 '연기'를 만들어서 그것을 들이마시는 곡예만은 완전히 인간에게 한정된 것 같다. 그러니 이 가장 인간적인 인간 고유의 향락과 위안에 자원을 공급하는 전매국의 일은 이 점에서 가장 독자적인 것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기회를 이용하여 전매국에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당사자가 점점 연초에 관한 과학적 예술적 내지는 경제적 연구를 진행하여, 지금보다도 더욱 우량한 연초가 한층 염가에 공급되기를 희망할 따름이다.

(쇼와 9년 8월 '전매협회지(専売協会誌)')


http://www.aozora.gr.jp/cards/000042/card42259.html

  1. 도쿄 토시마구(東京都豊島区)에 위치함. [본문으로]
  2. 엔택(円タク). 요금 1엔으로 대도시의 시내를 달린 균일요금 택시. [본문으로]
  3. 도쿄도 키타구(東京都北区)에 위치함 [본문으로]
  4. 도쿄도 키타구(東京都北区)에 위치함 [본문으로]
  5. 아라카와 중 인공하천 부분. [본문으로]
  6. 도쿄도 분쿄구(東京都文京区) 혼고 지역에 있었던 양과자점 [본문으로]
  7. 손으로 치며 노는 공, 그 놀이 [본문으로]
  8. 타구. 두 패로 나뉘어 말을 타고 달리며 하던 공놀이. 한국의 격구? [본문으로]
  9. 일본어로 케마리(けまり)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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