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비어(流言蜚語)

테라다 토라히코(寺田寅彦)


  긴 관 안에, 수소와 산소를 적당한 비율로 혼합한 것을 넣어두고, 그 관의 한쪽 끝에 가까운 곳에서, 작은 전기불꽃을 가스 안으로 날린다. 그러면 그 불꽃이 있는 곳에서 시작된 연소가 차례차례 전파(傳播)되어 가면서, 전파의 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하여, 마침내 이른바 폭발파(爆發波)가 되어 놀랄만한 속도로 진행해 간다. 이것은 잘 알려진 것이다.
  그런데 수소의 혼합 비율이 너무 적거나, 혹은 너무 많으면, 설사 불꽃을 날리더라도 연소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불꽃의 바로 근처에서는 불꽃 때문에 화학작용이 일어나지만, 그 작용이 사방으로 전파되지 않고 그 근처에서 끝나버린다.
  유언비어의 전파 상황은, 앞에서 말한 연소의 전파의 상황과 형식상에서 볼때 약간 유사한 점이 있다.
  최초의 불꽃에 상당(相當)하는 유언(流言)의 '근원'이 없다면 유언이 성립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혹시 그것을 차례차례로 이어받아 전해야 할 매질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전파'는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른바 유언이 유언으로 성립할 수 없으므로, 그 곳을 끝으로 사라져 버릴 것이 명백하다.
  그러므로, 혹시 어느 기회에, 도쿄시중에 어떤 유언비어 현상이 나타난다고 치면, 그 책임의 적어도 절반은 시민 자신이 져야 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그 9할 이상을 짊어져야 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어느 특별한 기회에는, 유언의 원천이 될만한 작은 불꽃이, 고의로든 우연으로든 온갖 곳에 발생한다는 것은, 거의 필연적인, 불가항력적인 자연현상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도 혹시 시민 자신이 전파의 매질이 되지 않는다면 유언은 결코 유효하게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밤 세시에 대지진이 있다'는 유언을 뿌린 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혹시 그 마을 안의 어르신격의 사람의, 예를 들어 3할이라도 그러한 정밀한 지진 예지가 불가능하다는 현재의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다면, 그러한 유언의 알은 부화하지 못하고 썩어버릴 것이다. 이에 반해, 혹시 그러한 유언이 유효하게 전파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것은 이러한 명백한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수인가 하는 것을 나타내는 증거로 보아도 할 수 없다.
  대지진, 대화재의 한창때, 폭도가 생겨나서 도쿄 전체의 우물에 독약을 타고, 주요 건물에 폭탄을 던지고 있다는 유언이 뿌려졌다고 한다. 그 상황에, 시민의 대다수가 가령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고 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예를 들면 시 전체의 우물의 1할에 독약을 탄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그 우물물을 한명의 인간이 한번 마셨을 때, 그 사람을 죽이거나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하는데 충분한 농도로 그 독약을 섞는다고 치자. 그 때에 대체 어느정도 분량의 독약을 필요로 할 것인가. 이 문제에 정확하게 대답하기 위해서는, 물론 우선 독약의 종류를 가정하고, 그 극량(極量:극약,독약의 과용에 따른 위험을 막기 위해 정해놓은 약물 사용량의 한계)을 추정하고, 또 한 사람이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이나, 우물물의 평균량, 시 전체의 우물 총수등, 그러한 것들의 개략적인 수치를 알아야만 한다. 하지만, 이른바 과학적 상식이라 할만한 것에서 오는 막연하고 개념적인 추산을 해 보는 것 정도로도, 그것이 얼마나 많은 분량을 필요로 하는지 정도의 상상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느쪽이든 간에, 폭도는 지진 전에 상당히 많은 양의 독약을 비축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야만 한다. 그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 좀 이상한 일이다.
  만약 그 만한 준비가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것 다음이 꽤 큰일이다. 몇백명, 혹은 몇천명의 폭도에게, 하나하나 부서를 정하고, 독약을 건네고, 각 방면에 파견해야한다. 이것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이제 그것도 되었다고 치자. 그렇게 한사람 한사람에게 건네진 캔을 짊어지고 나가서는, 자신의 담당 방면의 우물의 존재를 찾아서 걸어야만 한다. 우물을 발견하고, 그리고나서 남들이 보지 않는 기회를 노려서, 드디어 드디어 투하한다. 하지만 유효하게 저지르기 위해서는 우물물의 대략적인 분량을 어림잡은 후 투입의 분량을 가감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투입하고 나서 잘 용해되어 섞이도록 뒤섞어야 한다. 생각해보면 이건 꽤 힘든 일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독약의 유언비어를 전혀 믿지 않더라도, 적어도 각자의 자택의 우물에 대해서 품을 무서움은 다소 줄어들지는 않을까.
  폭탄 이야기도 비슷하다. 시 전체의 눈에 띄는 건물에 모조리 던져넣기 위해 필요한 폭탄의 수량과 인수를 생각해 보면, 적어도 야마노테의 가난한 주택가에 사는 사람들의 집집마다 파열이라도 할듯한 과도한 공포를 야기하지 않아도 끝날 일이다.
  하기야 심각한 천재지변등의 상황에 그렇게 속 편하게 셈이나 할 여유가 있을리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치면, 그것은 그 시민에게, 진정한 의미에서 살아있는 과학적 상식이 결핍되어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아니겠는가.
  과학적 상식이라는 것은, 딱히 천왕성의 거리를 암기하거나, 여러가지 비타민의 종류를 이해하는 것 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좀 더 가까운 곳에서 활용하고 이용할만한, 판단의 표준이 될만한 것이어야 하지 않겠는가하고 생각한다.
  물론, 상식의 판단에 의지할 수 없는 일이 많다. 과학적 상식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적당한 과학적 상식은, 사안을 마주했을 때 우리들에게 '과학적 성찰의 기회와 여유'를 준다. 그러한 성찰이 행해지는 곳에는 이른바 유언비어같은 것은 그 열의나 전파능력이 현저하게 약해져야 한다. 설사 성찰의 결과가 틀렸고, 그 때문에 유언이 실현되는 등의 일이 있더라도, 적어도 문화적 시민으로서의 대단한 치욕을 당하는 일 없이 끝나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타이쇼  13년 9월 '도쿄니치니치신문(東京日日新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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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을 닮은 아이 2011.09.08 22:31 신고

    좋은 블로그를 찾았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도, 다자이 오사무도, 미야자와 켄지도 모두 좋아하는 작가들이네요. 테라다 토라히코도 곧 좋아하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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